박 당선인, 재처리 허용 명시 요구… ‘한·미 원자력협정’ 난항 예고

우라늄 농축 등 최대 쟁점… 양측 견해차 점점 벌어져

북한 3차 핵실험도 악재

올해 상반기 안에 완료해야 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차기 박근혜 정부와 미국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갈등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데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협상 조건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이 협정은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봉·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재처리’ 권리 인정 여부를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워낙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협상이어서 지난 2년간 한·미 양측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상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양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지만 한·미 간의 견해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양국 간 협상 기류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는 원자력협정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 측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핵에너지 분야 외교소식통은 “박 당선인 측이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데다 이명박 정부보다 강화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측은 한국의 입장이 강경해진 것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달 초 발간한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최근 수개월간 이 문제에 대한 양국 간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원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 문제는 한국의 정부 당국자와 정치인들에겐 민감한 문제가 됐다”면서 “이를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양측은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재처리 문제를 우회하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 측이 요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연료봉 건식재처리)을 양국이 10년간 공동연구해 그 결과를 협정문에 반영하기로 하고 일단 재처리 문제를 일단락지은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농축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박 당선인 측은 파이로프로세싱 허용을 협정문에 분명히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미국 측 정부·의회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원자력협정 개정을 언급하며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한국 측 입장을 들어달라고 말해왔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박 당선인의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도 미국에서 면담한 거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양측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협상에 결정적 영향을 줄 악재를 만났다. 국내 정치권 일부와 보수세력이 공개적으로 핵보유론을 주장하고 여론이 격앙된 상태여서 협상팀이 농축·재처리 권리에 대해 어떤 협상 결과를 가져와도 국내 여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협상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외교적 파열음이 커질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일단 현행 협정을 일정 기간 연장해 놓은 뒤 시간적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소식통은 “한국이 요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의 현실성에 대한 국내적 논란도 일고 있는 만큼 제반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협상을 연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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