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경험자들 조언 “남의 김양건 고집 무리수” “북도 무성의 피장파장”

2013.06.12 22:44

역대 정부에서 남북회담을 경험한 인사들은 12일 남북한 모두 수석대표의 형식적 ‘격’에 집착해 회담을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처음부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한 한국 측 책임도 무겁게 거론됐다. 차제에 회담 격을 장관급에서 총리급으로 격상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사로 활동했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우리가 실무접촉에서 김양건 부장이 나오도록 강요한 것이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며 “북한은 우리 정부와 정치 구조가 달라 김양건 부장은 장관급이 아니다. 우리 정부에 대입시키면 부총리급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남북, 미국과 중국 등의 정세를 봐도 곧 조정해서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며 “회담장에서 마주 앉은 분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양 정상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회담 경험자들 조언 “남의 김양건 고집 무리수” “북도 무성의 피장파장”

박 의원은 “총리급 회담으로 승격해 현안을 풀어가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MBC 라디오에서 “남이 김양건 부장을 고집한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 북은 일시, 장소를 일임해놓고도 남쪽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을 보면 피장파장”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을 상대로 대화국면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지, 형식을 가지고 내용 자체에 접근조차 못하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하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쪽도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내놓아야 하는데 조평통 서기국장이 뭡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CBS 라디오에서 “통전부라는 조직은 우리로 이야기한다면 통일부, 국정원, 국가안보실을 더한 거대한 조직”이라며 “입장 바꿔놓고 (북한이) 김양건 (부장)을 보낼 테니, 남쪽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나오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또 “북쪽도 기왕에 6년 만에 모이는데 모임 자체 성격을 생각해서라도 회담을 응하는 것이지, 저렇게 회담을 깨고 나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을 지낸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은 “6년 만의 장관급 회담이었지만 실무접촉은 단 하루였다”면서 “협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서둘러 진행하다보니 격의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우리 정부 국장급으로 착각한 것 같다. 조평통 서기국장이면 책임자”라며 “북한도 한국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고 회담에 임해야 하는데 속도전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냉각기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자존심 싸움 중”이라며 “김양건 부장은 죽어도 안 나온다. 이 구도로는 대화가 어려우니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7·4 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을 분기점으로 잡자”며 “남북한이 민관 합동 기념식을 한 후 당국 간 접촉을 통해 총리급 회담 등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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