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 주자는 것”

2013.06.12 22:33 입력 2013.06.13 00:23 수정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회담 무산 ‘정부책임론’ 회피

전날 “굴욕·굴종 강요” 발언엔 ‘자기비하적 표현’ 비판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남북당국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 문제를 두고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해 바르게 지적해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회담이 열리지 못한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며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북한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를 바르게 풀어가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비론은 굉장히 편리하고 쉬운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 방침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b>‘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다시 먹구름</b>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다음날인 12일 서부전선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안보관광버스 창 너머로 북한으로 가는 관문인 남북출입사무소가 보인다. | 연합뉴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다시 먹구름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다음날인 12일 서부전선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안보관광버스 창 너머로 북한으로 가는 관문인 남북출입사무소가 보인다. |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측에 떠넘기며 정부를 향해 제기되는 책임론을 피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인 것은 양쪽이 마찬가지인데, 이를 지적하는 여론을 양비론으로 몰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회담이 결렬된 직후부터 정부와 북한의 태도를 모두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12일 “남북이 모두 자존심을 버리고 회담 성사를 위한 접촉에 나서길 요구한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한 것을 비롯해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대화 태도에 의구심을 보였다. 개성공단 정상화 등 현안을 풀기 위한 발전적 논의보다 형식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했던 남북 대화의 기존 틀을 깨고 바로잡으려는 것이 왜 잘못됐느냐며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이번 대화 무산에서 남측의 잘못이 없다는 청와대의 뜻은 완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을 자주 썼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국제적 기준과 맞지 않게, 남북 대표 간 지위가 다른 대화에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대북정책의 진정성만 거론하면서 정부 태도에 대한 비판을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전날에는 북측 대표의 격이 남측보다 낮다며 “과거(김대중·노무현 정부)처럼 굴욕,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로 8차례 참석한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자기비하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무슨 강국이나 되는가”라며 “북한이 그러는 것은 고집 피우고, 떼쓰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북한 입장을 받아주는 척하는 것이 무슨 굴욕이고 굴종인가”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굴욕·굴종’ 발언은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핫바지’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를 비롯한 현 집권 보수층이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강박의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연일 거친 언사를 동원하며 ‘책임론 방어’에 나선 청와대가 남남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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