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반도 운전자론’ 첫 결실

2018.03.09 21:29 입력 2018.03.09 23:23 수정

작년 취임 초부터 북 ‘미사일 실험’·미 ‘호전적 언사’ 사이 고전

평창 명분 군사훈련 연기로 전환점

<b>문 대통령, 패럴림픽 개회식 참석</b>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 앞서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진행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 소개 행사에서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패럴림픽 개회식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 앞서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진행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 소개 행사에서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4월 남북정상회담과 맞물려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시작 단계의 첫 결실을 맺은 것으로 여겨진다.

북핵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미국과 관계 개선이 절실한 김 위원장의 속내를 읽고 ‘뚜벅이 외교’를 편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북한과 미국 사이 군사적 긴장과 대결구도로 고전을 거듭했다. 연일 이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하고 호전적 언사 속에 설 땅이 없어 보였다. 전임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한·일 위안부 합의 등 부정적 유산을 넘겨받아 운신의 폭도 좁았다.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의 쾨르버재단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물론 미국도 시큰둥했다. 문 대통령은 독일 방문 직후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며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며 낙관론을 잃지 않았다. 미국이 강조하는 최대 압박·제재 원칙과 전쟁 불가 및 외교적 해법 원칙이라는 일견 모순돼 보이는 기조를 견지했다.

전환점은 정부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제출하면서 마련됐다. 이 결의는 올림픽·패럴림픽 기간에 어떤 적대행위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훈련 연기 결정은 북한이 문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한·미의 훈련 연기 결정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내적 명분으로 축적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대남특사로 파견하는 등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폈다. 정점은 김 위원장과 대북특사단의 만찬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 제1부부장 등 북측 일행 환대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여러 차례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을 밝혔다.

미국을 견인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50일도 되지 않아 첫 해외 순방으로 미국을 방문했고, 지지층의 비판을 무릅쓰고 사드 임시배치도 결정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불가측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문 대통령의 대북기조가 너무 유화적이어서 최대 압박·제재 기조에 배치된다는 인식도 보였다.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문 대통령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빈방한 등 만남을 거듭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다. 특히 지난달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 등에서 보인 무례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의 미국 대표팀 응원 현장까지 따라가 끈질기게 설득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9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 소개 행사에서 “(지난해 10월) 당시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평화를 기대하는 것이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역경을 넘어 전진한다는 ‘아지토스’ 정신이 한반도에 실현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청중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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