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한국 측이 직접 백악관서 발표해달라”

2018.03.09 21:39 입력 2018.03.09 21:42 수정

참모회동·NSC회의·트럼프 면담까지 백악관에서의 5시간

대표단, 부랴부랴 합의문 정리 후 문 대통령에게 핫라인 보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와 백악관에 들어선 것은 8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이때만 해도 정 실장 일행은 5시간이나 백악관에 머물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정 실장의 미국 측 협의 상대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소규모 참모들과의 회동으로 시작된 방북 결과 설명은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장(DNI), 합참 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석자 20여명을 상대로 한 대규모 회의로 이어졌다.

예상보다 이른 오후 4시15분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로 오라는 전갈이 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정 실장은 그때까지 아껴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의 얘기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수긍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의를 표한 것에 굉장히 고마워했다.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미리 확신하지 못했던 정 실장 일행은 통 큰 반응에 놀랐다고 한다. 이는 미국 측이 북·미 접촉을 통해 김 위원장의 제안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함께 정 실장 브리핑을 듣던 참모들에게 “거 봐라, 얘기(대화)를 하는 게 잘하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 내에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NSC 참석자들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 대표단의 설명을 빌려 일단 미국 내 대북정책 논쟁을 교통정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직접 오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단의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제안했다. 정 실장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혹해하면서도 일단 수락하고 2시간 동안 맥매스터 보좌관 사무실에서 미국 측과 문안을 조율했다.

김 대변인은 “워낙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정 실장은 한국에 있는 우리 대통령에게 보고드릴 경황도 없었다”며 “문안 조율을 마친 뒤 관저에 계시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 합의문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백악관과 청와대 간 ‘핫라인’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몇 분 뒤 정 실장은 서 원장, 조 대사와 함께 미국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백악관 뒤뜰에 나와 성명서를 읽었다. 어둠이 내린 오후 7시30분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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