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만에 떠나는 ‘불통’ 김기춘

2015.02.27 22:01 입력 2015.02.27 22:12 수정

박 대통령 전폭적 신뢰에도 외부선 임기 내내 퇴진 압박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76)이 1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그의 후임으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지명하면서다. ‘기춘대원군’으로까지 불렸던 그의 교체가 예고된 후 46일 만이다. 김 실장은 이미 지난 23일을 끝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사표는 24일 수리됐지만, 이 신임 실장 임명을 계기로 청와대와 완전 결별하게 됐다.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정보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악수를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정보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악수를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 실장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8월5일 청와대에 발을 디뎠다. 초대 허태열 비서실장이 4개월 남짓 만에 중도하차한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의 교체를 예고하면서도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밝힐 만큼 신뢰도 받았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을 주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실장은 정말 청와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김 실장이 없으면 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갈까 싶을 정도”라고 말하곤 했다. 재임 중 아들이 큰 사고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외부 평가는 혹독했다. 유신헌법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나, 법무장관이던 1992년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 당사자로서 관권선거와 지역감정 조장을 주도한 이력 등이 임명 때부터 논란이 됐다. 2004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야권의 반발을 샀다.

재임 내내 ‘불통’의 상징으로 수차례 퇴진 압박에 시달렸다. 여야 모두에서 그의 거취는 ‘청와대 쇄신’ 그 자체로 매김됐다. “윗분의 뜻을 받들어…”로 상징되는 충성심은 맹목과 음모적 이미지로 다가왔고,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문제 때는 ‘찍어내기’ 논란의 한복판에 섰고,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잇단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검증 실패 책임론도 빗발쳤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을 감쌌지만, 연초 국정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김 실장 사퇴를 수용했다. 김 실장은 주변에 “홀가분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