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에 회전문·올드보이… “국민 숨막히게 하는 질식 인사”

2015.02.27 22:01 입력 2015.02.27 22:25 수정

비서실장 이병기 임명… 46일 만의 인적쇄신 ‘역시나’

68세 비서실장, 75세 국정원장… 3년차 ‘새 출발’과는 거리 멀어

여권 인적개편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던 대통령 비서실장 카드가 27일 ‘돌려막기’로 귀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임명 7개월’ 만에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으로 임명하면서다. 이 실장은 주일대사를 시작으로, 2년 동안 3차례나 요직을 옮겨다니게 됐다. 그만큼 중용됐다는 뜻이지만 박근혜 정부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방증으로도 남게 됐다. 야권에선 “박 대통령 수첩이 바닥났느냐” “국민소통과 거리가 먼 숨막히는 회전문 인사”라고 힐난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7일 임명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7일 임명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치권에선 이 신임 실장을 두고,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정무형 인사인 만큼 ‘불통’ 비판을 받던 김기춘 실장 때보다는 당·정·청 관계나 소통이 원만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실장은 원만한 성격으로, 지난해 7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했듯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호의적 평가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은 주장이 강한 편이 아니어서 대통령을 조용히 보좌할 것”이라며 “국정원장보다 비서실장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입은 내상은 크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 교체를 시사하고도 46일 만에야 간신히 후임자를 정했다. 그것도 국가안보의 핵심 중추인 국정원장을 데려다 썼다. 사람을 찾다 찾다 결국 못 찾아서 무리한 돌려막기를 감행한, ‘무능한 청와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인사 발표 직후 서둘러 임명장을 수여하는 조급함도 드러냈다.

게다가 ‘올드보이’ 일색이다. 이병기 신임 실장은 68세,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75세다. 쇄신이나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다. 인적쇄신 효과가 없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다음달 1일 중동 4개국 순방을 앞둔 박 대통령이 쫓기듯 인사를 단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돌려막기’ ‘구인난’ ‘고령 인사’ 등 이번 인사를 집약하는 단어들을 종합하면 ‘새 인물로 집권 3년차를 새 출발하겠다’는 여권 구상은 시작부터 삐걱거린 것일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장고 끝 악수”라고 했다.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에 주요 인사를 단행하는 청와대 습관도 반복됐다.

국정원은 또 상처를 입었다. 대선개입 의혹,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데다, 원장 교체로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 실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 “정치관여라는 네 글자를 제 머릿속에서 지우고 원장직을 수행하려 한다”고 했지만, 비서실장으로 옮기면서 스스로 정치에 휘둘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국정원 내에선 “믿고 따랐는데, 이럴 수 있느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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