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유엔서 ‘자유’ 21번 말하며 강조…국내 주요연설 ‘확장판’

2022.09.21 02:22 입력 2022.09.21 10:17 수정

‘자유’ 21번, ‘유엔’ 20번, ‘연대’ 8번 사용하며 강조

남북관계 직접 언급 없어··· ‘담대한 구상’ 0회 등장

김건희 여사 특별석에서 연설 경청, 북한 대표부 자리는 비어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생중계 캡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생중계 캡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연설은 핵심 국정철학으로 삼는 자유를 유엔 무대로 넓혀 발신한 확장판에 가까웠다. 자유라는 단어가 연설 곳곳에 등장했고, 자유와 연대가 세계가 맞딱뜨린 도전을 풀 해법으로 제시됐다. 남북 관계는 언급되지 않았다. 전임 대통령들의 유엔총회 연설이 남북 관계 중심으로 구성됐던 것과 달랐다.

연설문 관통한 ‘자유’···21번 언급하며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생중계 캡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생중계 캡처. 연합뉴스

연설문 전체의 화두는 자유와 연대의 확대에 맞춰졌다.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연설 제목부터 의중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유엔 회원국들이 연대해야 각종 복합적이고 서로 연계된 문제의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유엔총회의 중심 주제는 ‘분수령의 시점’(Watershed moment)에 변혁적 해법을 찾자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해법을 찾기 위해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basis)”(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고 보고 근본적 가치로서 자유를 말했다. 이번 연설에서 자유와 연대는 제목을 빼고 각각 21번, 8차례 사용되며 핵심 단어로서 곳곳에서 등장했다. 자유와 연대를 유엔의 역할 강화와 연결지으면서 유엔도 20번 언급됐다.

이는 윤 대통령의 국내 주요 연설과 맥이 닿아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자유는 주요 연설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돼 왔다. 지난해 6월29일 정치참여 연설에서 자유를 앞세운 데 이어 취임사와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자유를 각각 35번, 33번 언급했다. 여기엔 한국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자유를 확대해 온 과정으로 인식하고,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로써 번영을 이뤄갈 수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한국의 책임과 역할 확대를 강조한 것도 국내에서 강조해 온 ‘약자 지원이 번영의 기반’, ‘연대 없이 자유 없다’는 메시지의 확장으로 들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은 최근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연설을 ‘약자 복지의 글로벌 비전’으로 압축하면서 “갈림길에 선 유엔이 지금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소국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 등 남북관계 관련 직접 제안은 언급 안해


윤 대통령 첫 유엔 연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남북관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빠졌다는 것이다. 연설문에 남북관계나 북한을 향한 직접적 메시지, 북핵 문제의 구체적 언급 등은 없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이 주된 의제로 부각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 역시 등장하지 않았다.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 지도자의 유엔 총회 연설은 통상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해법에 방점이 찍혀왔다. 전임 대통령들은 유엔총회 연설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안을 내놓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매해 유엔총회 연설에 나설 때마다 남북관계 해법을 주된 화두로 내세웠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 메시지는 (이미 발표한) ‘담대한 구상’ 발표에서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경축사를 통해 대북·대국제사회 제안을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연설문의 핵심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문제, 인권 문제, 자유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의 연대라는 메시지도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장기화하며 대화 동력은 약화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의 실효성을 두고 안팎에서 의구심이 적지 않게 나온 데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도 이를 연설의 핵심 어젠다로 내세우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총 7차례 박수, 김건희 여사는 특별석에서 경청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서기 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조우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나서기 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조우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짙은 남색 넥타이에 태극기 배지를 한 채로 연단에 올랐다. 연설 전엔 한국 대표단석에 박진 외교부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과 나란히 앉아 앞서 연설한 카자흐스탄·카타르 정상의 연설을 경청했다.

김건희 여사는 갈색 재킷에 역시 태극기 배지를 착용하고 특별석에서 윤 대통령 연설을 지켜봤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김 여사와 함께 자리해 윤 대통령 연설 중간중간 박수를 보냈다. 이날 윤 대통령 연설 중에 총 7차례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난 뒤에는 각국 정상 등이 10초 가량 박수를 보냈다.

연단과 가까운 두 번째 줄에 위치한 북한 대표부 자리는 비어있었다. 북한측 연설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 직전 유엔 총회장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잇따라 조우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두 손을 맞잡고 지난 8월 방한 당시를 말하며 “서울에서의 환대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오후에 뵙겠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국장에 이어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반갑다”며 “내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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