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졌다… 삼성, 선동열 감독 전격 교체 왜?

2010.12.30 21:26

계약기간 4년 남았는데 구단 일방적 발표… ‘용퇴’ 아닌 ‘해고’ 야구계 충격

(1) 4전 전패 무기력한 KS 준우승
(2) 삼성그룹 내 인사로 인한 수뇌부 물갈이
(3) 호남 출신 감독의 장기집권에 대한 팬들의 불만

충격이다. 프로야구 삼성 선동열 감독(47)이 물러났다.

삼성은 30일 “선 감독이 용퇴함에 따라 류중일 1군 작전코치를 제13대 감독에 임명했다. 선 감독은 ‘구단 운영위원’이란 새로운 보직을 맡아 구단 쇄신작업에 참여할 뿐 아니라 삼성이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는 데 적극 기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태양’이 졌다… 삼성, 선동열 감독 전격 교체 왜?

2004년 수석코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2005년 삼성의 12대 사령탑에 오른 선 감독은 곧바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장기계약까지 성공해 구단으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받는 듯 보였으나 갑자기 퇴진이 결정됐다.

삼성은 ‘용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다. 선 감독은 최근까지 스프링캠프 구상을 치밀하게 가다듬고 있었다. 주축 투수들이 괌으로 자비훈련을 떠나려 하자 직접 나서 구단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퇴진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9일 밤에도 측근 인사를 만나 야구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할 사람이라는 눈치는 전혀 없었다”는 전언이다.

계약기간도 4년이나 남아 있다. 2009시즌 중 5년짜리 장기 재계약을 한 선 감독은 차근차근 팀을 세대교체했고,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물러날 이유도 없고, 자진 사퇴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특히 삼성은 선 감독의 ‘용퇴’ 소식과 함께 새 감독을 동시에 발표했다. 사퇴가 선 감독 본인의 뜻이 아닌 구단의 사전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해고’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한국시리즈에서 힘없이 무너진 데 대한 구단의 불만이라는 분석. 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전 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그쳤다.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팀 구성원을 보자면 좋은 성적이었지만, 맥없이 4연패를 당한 데다 패배 후에도 오히려 덤덤했던 선 감독에 대한 구단의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 변화 때문이라는 시각도 많다. 삼성그룹은 최근 대대적인 연말 인사를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선 감독 역시 야구단에 애정을 쏟던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내 실세가 바뀌면서 야구단 수뇌부도 모두 물갈이됐다는 이야기다.

호남 출신 선 감독이 ‘장기집권’하자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을 원하는 지역팬들의 분위기도 꾸준했다. 삼성이 대구 경북고 출신 류중일 감독을 선임한 배경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야구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각 팀 감독·코치들은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팀 코치는 “그래도 국보 선동열인데 이런 식으로 퇴진시키다니…”라며 안타까워했고, 지난 26일 삼성 강봉규 결혼식에서 선 감독을 만났던 선수들 역시 “믿어지지 않는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삼성은 내년 1월5일 경산 볼파크에서 선 감독과 류 신임 감독의 이·취임식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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