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팬도 쿨하게 ‘사이버 소통’

2010.03.01 18:42 입력 2010.03.02 01:28 수정

“억울하다” “집에 가고 싶다” 글 올리면 팬들 격려·응원 댓글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민정(25·용인시청)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빼앗긴 후 미니홈피(사진)에 글을 올렸다.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억울하다. 이건 정말 아니다. 아아, 하늘이 우릴 돕지 않는구나.”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민정 선수의 미니홈피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민정 선수의 미니홈피

인터뷰에서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자신만의 인터넷 공간에 속시원히 털어놓은 것이다. 글 밑에는 순식간에 팬들의 댓글이 달렸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을 꼬집고, “우리 마음속의 금메달은 당신”이라며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인터넷을 통한 선수들의 의사표현이 유독 많은 대회였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한국 선수들은 대회 도중 자신의 미니홈피에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소 상투적인 소감을 늘어놓던 선배들과 달랐다. ‘쿨’하고 발랄한 신세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덕분에 팬들도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며 그 어느 올림픽보다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21·한체대)는 “밴쿠버에서도 매일 인터넷을 한다”고 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기 전날 미니홈피 일기에 “이놈의 올림픽이 뭔지 날 너무 힘들게 했어. 하늘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니까 한번 믿어봐야지”라고 적었다. 모든 경기를 마친 27일엔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도 적었다.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멀리서도 이상화의 감정이 어떤지 훤히 읽을 수 있었다.

쇼트트랙 레이스에서 두 차례나 넘어진 불운의 주인공 성시백(23·용인시청)은 미니홈피 글을 통해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1500m에서 이호석(24·고양시청)과 충돌해 메달을 놓친 다음날 미니홈피에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남은 시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28일 은메달 2개를 딴 후에는 “모두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저에게는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얻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메달을 따지 못하고 조기귀국한 이강석(25·의정부시청)은 미니홈피에 “항상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최고가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겨 많은 팬들의 위로를 받았다.

팬들도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났다. 메달을 딴 선수들의 미니홈피를 찾아가 축하하는가 하면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 팬들은 모태범에게 ‘모터범’, 이상화에게 ‘빙판 위의 신세경’ 등 기분좋은 별명을 붙여주고, 모태범·이상화 연인설을 퍼뜨리는 등 인터넷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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