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총체적 실패

홍수 위험 검토 없이 과도한 준설로 사업비만 낭비

2013.01.17 22:20 입력 2013.01.17 23:44 수정
박철응 기자

준설공사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이지만 홍수 위험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최고 1000년 빈도의 강우가 쏟아져도 홍수가 나지 않는 안전한 곳까지 ‘불도저식’ 준설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수 예방 효과도 없는 준설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2010년 6월 경북 상주시 낙동강변에서 4대강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17일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서 홍수 발생 가능성이 낮은데도 과도한 준설이 이뤄져 예산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0년 6월 경북 상주시 낙동강변에서 4대강 준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17일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서 홍수 발생 가능성이 낮은데도 과도한 준설이 이뤄져 예산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부족수량의 5배나 확보
재퇴적 처리 매년 수천억
‘밑빠진 강바닥에 돈붓기’

정부의 하천설계 기준을 보면 준설 계획은 구간별 홍수 소통능력과 경제적 효과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 도심지는 200년, 나머지 구간은 100년 이상의 홍수 빈도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국토해양부는 계량화가 가능한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기준으로 필요한 최소의 준설 계획량을 산정하고, 수자원 확보 등 비계량적 요소를 반영해 최종 준설량을 정해야 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같은 검토 없이 구간별 특정 준설 단면, 즉 저수로(가뭄 때에도 물이 흐르는 하천 부지의 얕은 부분) 폭이나 강바닥 경사, 준설 깊이 등을 미리 설정해놓고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준설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각 하천의 입지에 따라 제방이 높은 곳은 준설을 덜하는 등 선별작업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 없이 특정 구간을 정해놓고 일률적인 준설량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준설이 필요한 구간과 불필요한 구간을 세세히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준설한 것이다.

그 결과, 4대강 본류의 물 부족량은 1억6000만㎥에 불과한데도 구체적 활용 계획도 없이 5배나 많은 8억㎥의 수량을 확보하게 됐다. 실제로 낙동강의 경우 ‘수심 2.5m, 1억8600만㎥ 준설’ ‘수심 4m, 2억1900만㎥ 준설’ ‘수심 4m, 6m, 4억4400만㎥ 준설’ 등 3가지 중 어느 안을 택해도 모두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홍수량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모든 구간에 대해 200년 홍수 빈도 충족을 이유로 가장 많은 준설량을 택했다.

특히 낙동강 상류 98㎞ 구간은 4대강 사업 전에도 이미 법정 홍수 계획 빈도 이상인 130~1000년의 홍수 방어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홍수가 날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도 홍수 예방을 하겠다며 준설을 강행해 헛돈을 쓴 셈이다.

또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은 침수 방지를 위해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서 최소 수심 6m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356억원을 들여 추가 준설했으나 다시 퇴적이 되면서 수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사업비만 낭비했다.

뱃길을 복원하겠다는 명분으로 불필요한 준설도 이뤄졌다. 영산강의 경우 1000t급 여객선 운항을 위해 영산대교~승촌보 8.5㎞ 구간의 수심을 5m로 결정했다. 하지만 하류에 위치한 죽산보에 설치된 갑문은 수심이 2.5m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당초 4대강에서 5억7000만㎥를 준설하는 것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4억6000만㎥를 준설했다. 감사원은 계획보다 1억1000만㎥나 적게 준설해놓고도 사업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점을 보더라도 계획 당시부터 준설량은 타당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가 객관적인 사업 효과 검증 후 적정한 준설 단면을 재설정하지 않는 바람에 앞으로도 2011년 퇴적량 기준으로 2880억원가량의 유지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이명박 정부는 물 부족량을 부풀리고 홍수 위험을 과장해 필요도 없는 준설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면서 “현재 준설 단면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므로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자연스러운 재퇴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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