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에서 경찰 살해 미수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얼굴’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눈을 칠흑같은 검은색으로 물들였기 때문이다.
경찰을 살해하려한 제이슨 바넘(39)이라는 남성이 기이한 문신 때문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고 BBC 매거진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넘은 그의 얼굴 절반을 덮은 문신에서 볼에는 뾰족한 이빨을, 이마 중앙에는 눈을, 그리고 오른쪽 눈알은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앵커리지 경찰서장 마크 뮤는 법정에서 바넘의 얼굴을 가리켜 “오래 전부터 타인에게 적의를 드러내려 한 것을 보여준다”며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사람의 눈이 ‘마음의 창’이라는 세간의 평을 끌어온 셈이다.
하지만 눈알 문신이 반드시 사회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다고 할 수는 없다. 바넘의 눈알 문신을 해준 미국 타투아티스트 루나 코브라는 사람들이 악마처럼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상과학영화 <듄>의 등장인물처럼 눈알을 푸르게 물들이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눈알 문신도 다른 문신들처럼 자기 표현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루나 코브라는 오랜 지인의 부탁으로 처음 눈알 문신을 해주게 됐다. 이 남성이 <듄>의 등장인물처럼 눈을 푸르게 물들인 합성사진을 가져와 눈알 문신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자원자 세 명을 상대로 색소를 눈알에 주입하면서 그의 눈알 문신 시술이 시작됐다.
눈알 문신은 색소로 안구의 흰 부분을 덮고 있는 얇고 투명한 점막인 ‘결막’에 주입하게 된다. 한 번 색소를 주입하면 눈알의 4분의 1 정도를 물들일 수 있다. 여러번 주사를 해 눈 전체를 덮으면 평생 유지된다. 루나 코브라는 “눈알을 파란색, 녹색, 빨간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깔로 물들일 수 있으며, 싱가폴·시드니·런던·미국 등 여러 곳에서 시술했다”고 밝혔다.
색깔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루나 코브라는 “눈알을 꾸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뭐가 문제냐”면서 “‘홀치기 염색’이나 ‘우주 공간’처럼 표현하는 눈알 문신 등 다양한 모습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루나 코브라의 시드니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바디 피어서(body piercer) 카일리 가스는 눈알을 바다의 포말과 같은 ‘녹청색’으로 물들였다. 가스는 “누군가 눈알을 쿡 찌르는 느낌이 든 뒤 낯선 압박감이 들더니 이내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고통은 없다”고 눈알 문신의 느낌을 소개했다. 하지만 눈알을 녹색으로 물들인 폴란드 랩퍼 포펙은 며칠 간 잠을 못 들 정도로 작열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
눈알 문신은 안전 문제 외에도 고려할 부분이 있다. 색깔이다. 루나 코브라는 “검은색으로 물들일 경우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검은색으로 물들이려고 오면 직업을 구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면서 “검은색으로 물들이면 직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넘도 법정에서 “직업을 구하려 했지만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일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전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이러한 경고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을 ‘쿨’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문신은 이전에도 범죄자들이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거나 자신이 속한 조직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쓰였다.루나 코브라는 친구의 부탁으로 눈알 문신을 처음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브라질 청소년이나 러시아 하위문화 등에서도 눈알 문신이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이러한 문신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모든 사람이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알 문신은 잘못된 색소를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깊게 주사바늘을 찌를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눈알 문신은 한 번 색을 입히면 제거할 수도 없다. 미국검안협회(American Optometric Association)에서는 눈알 문신에 따른 감염, 염증, 실명 위험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눈알 문신을 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눈알 문신의 희귀성 때문이다. 카일리 가스는 “눈알 문신은 단순히 손목에 문신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눈알 문신은 자신의 몸을 가장 영구적으로 바꾸는 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