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시작했지만, 3시간 동안 할 말 다 한 바이든과 시진핑

2021.11.16 17:45 입력 2021.11.16 19:41 수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이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화면 속에서 시 주석도 미소를 머금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이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화면 속에서 시 주석도 미소를 머금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위해 대형 화면을 통해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현안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3시간 넘게 공방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미국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시 주석이 보이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화면을 보고 있던 시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며 미소지었다.

두 정상 뒤로는 양국 국기가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모들과 함께 백악관 웨스트윙의 집무실 바로 옆에 있는 회의실인 루즈벨트 룸에 자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석에 앉고 테이블 주변으로 참모진이 앉는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반면 중국 측은 주요 국가대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내 동다팅(東大廳·동쪽 홀)에서 긴 테이블을 설치한 채 기자회견을 하는 듯한 형태로 회담에 임했다. 시 주석이 가운데 앉고 좌우로 참모들이 배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붉은 색, 시 주석은 푸른색 넥타이를 각각 하고 나왔다. 홍색은 공산당의 상징색이고 푸른색은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상대를 배려한 색깔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배려는 거기까지였다. 미국 시간 오후 7시46분(중국 시간 16일 오전 8시46분)에 시작된 회담은 밤 11시24분(중국 시간 오후 12시24분)까지 194분에 걸쳐 진행된다. 약 2시간 대화를 나눈 양국 정상은 15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후반부 회담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모두발언을 했다. 그는 “다음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비대면 정상회담을 하게 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당신과 내가 서로에게 격식을 차린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좀 더 격식 있게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분위기를 바꿨다. 바이든 대통령은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시 주석은 “비록 서로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오랜 친구를 보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2013년 만남까지만 해도 서로를 ‘좋은 친구’로 불러오며 개인적 친분을 쌓아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관계가 냉랭해지자 지난 6월 시 주석에 대해 “우리는 오랜 친구가 아니다. 그저 순전한 업무(관계)”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니엘 러셀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시 주석의 ‘오랜 친구’ 발언은 “대화에서 고지대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동맹 전선을 구축 중인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친구처럼 비춰지면 미국의 의지가 약해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규칙에 따른 행동”, 시 주석은 “공존과 윈윈”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쟁이 필연적이니 규칙에 입각해 경쟁하자는 메시지를 던졌고, 시 주석은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공존하자는 메시지로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발언하는 동안 미소 띈 얼굴로 경청했다. 손으로 턱을 만지거나 메모를 하며 심각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 주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했다.

회담은 예상보다 길어져 3시간을 넘겼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화는 정중하고 직설적”이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미리 준비한 발언록에 구애받지 않고 발언했으며, 특히 대만 문제를 두고 예정보다 길게 대화를 나눴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로라 로젠버거 NSC 중국 담당 선임 국장, 존 친 NSC 중국 담당 국장이 배석했다. 중국 측 배석자는 딩쉐상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류허 부총리,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셰펑 외교부 부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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