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이우환 화백 작품 13점 모두 가짜”

2016.06.02 21:14 입력 2016.06.02 21:16 수정

일반인 구매 4점·위작 유통책 보관 8점·경매 출품 1점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 화백의 위작으로 의심되던 그림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감정 결과 위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민간 감정기관들이 위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화백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 “모두 진품과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이 감정을 의뢰한 그림은 일반인이 구매한 4점, 위작·유통판매책이 보관한 8점, 경매에 나왔던 1점 등 모두 13점이다.

지난해 K옥션 경매에 출품됐다가 위작으로 판정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 780217’.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K옥션 경매에 출품됐다가 위작으로 판정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 780217’. |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과수는 경찰이 압수한 이들 13점을 법화학 및 디지털분석 기법을 이용해 진품 6점과 비교분석했다. 경찰은 이날 “분석결과 압수된 작품들은 물감의 원소성분에서 진품과 큰 차이를 드러내고, 캔버스 제작기법 등도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에 앞서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민간 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등 3곳에도 감정을 의뢰해 모두 위작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민간기관의 전문가들은 작품의 표면 질감, 구도, 점·선의 방향 등을 분석해 위작이라고 평가했다. 또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캔버스와 나무틀에 덧칠한 흔적, 1960년대 이전에 생산된 못과 1980년대 생산된 타카(고정침)가 혼용된 것도 위작의 근거이다.

경찰은 구속된 위조 총책 현모씨(66)와 위조 화가 ㄱ씨(40)로부터 “50여점을 위조해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경찰이 압수한 그림 13점 중) 일부만 위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시중에 유통 중인 다른 위작들의 확보와 또 다른 위조 조직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이 화백 측과 작가 감정 여부를 조율 중이다. 하지만 이 화백이 전시준비 때문에 프랑스에 머물고 있어 오는 28일 이후에나 입국이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 발표에 따라 위작 논란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화백은 그동안 “내가 본 작품 가운데는 위작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위작으로 의심한 작품에 대해서도 진품 판정을 했다.

미술계는 미술애호가들과 국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면서 경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작 판정이 미술시장의 유통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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