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베를루스코니'...포퓰리즘 물결 타고 화려한 재기

2017.11.08 17:34

최근 화려한 정계 부활을 도모하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AFP연합뉴스

최근 화려한 정계 부활을 도모하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AFP연합뉴스

집권 좌파 민주당은 무시하고, 포퓰리즘 세력은 공격한다.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81)의 전략이다. 이탈리아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오성운동의 세력이 커질수록 베를루스코니도 세를 불리고 있다.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민주당은 지리멸렬하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6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은 우리와 오성운동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시칠리아에서 이긴 것처럼 내년에도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전날 열린 시칠리아 지방선거에서 오성운동을 꺾고 주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우파연합이 세운 후보는 넬로 무수메치 전 노동차관이었지만 선거전에서는 그보다 베를루스코니의 이름이 훨씬 더 많이 거론됐다. 현지 언론들은 베를루스코니를 불멸의 존재로 묘사했다.

베를루스코니는 2011년 성추문과 조세포탈 혐의로 총리 자리에서 쫓겨났다. 나이를 감안할 때 정계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그는 부활했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발판 삼아 급성정한 포퓰리즘의 물결이 그의 복귀를 도왔다. 그는 포퓰리즘 세력과 한편으로 제휴하고 한편으로 경쟁했다.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 북부동맹(LN) 등과 함께 우파연합을 결성해 지난 6월 지방선거와 이번 시칠리아 선거에 나섰고 연달아 승리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북부동맹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자는 식의 반EU 기조와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EU 관료들의 간섭이나 국가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EU의 정책에 대항하는 “진정한 유럽주의를 주창하겠다”고 밝혔다.

오성운동은 지난 3월 이후 민주당과 지지율 1위를 다투며 바람을 타고 있다. 시칠리아 선거에서도 35%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다. 2012년 선거 때보다 2배 이상 높은 지지율이다. 이대로라면 중앙 정부 진출이 유력하다. 그러나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만큼 포퓰리즘 세력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베를루스코니가 노리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민주당 정권에 실망한 이들을 끌어안으면서, 3차례 총리를 지낸 자신의 경력을 강조한다. 포퓰리즘 세력이 가지지 못한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는 선전이다.

로베르토 달리몬테 로마 루이스대학 정치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베를루스코니는 포퓰리즘의 물결을 차단할 댐으로 자신을 선전한다”면서 “그의 우파연합 안에도 포퓰리즘 정당이 있는 걸 보면 역설적인 선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3년 정치 베테랑’ 베를루스코니의 전략은 먹혔다. 달리몬테 교수는 “베를루스코니는 천재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