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에도 2시간 잠깐 분향… 출제위원 ‘32일간 감금생활’

2009.11.12 17:49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김모씨는 지난달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빈소에 단 두 시간 머물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요원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슬픈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지만 보안을 위해 서약서를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약 한 달 동안 이 같은 ‘감금생활’을 해야 했던 수능문제 출제 참여자들의 갖가지 사연이 쏟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0학년도 수능시험 출제본부가 300여명의 출제위원과 182명의 검토위원, 181명의 관리요원 등 총 663명으로 운영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2일부터 수능 당일까지 지방에 있는 한 콘도미니엄에서 비밀 합숙생활을 했다.

가족과도 연락할 수 없고 휴대전화는 물론 e메일, 팩스 등도 사용할 수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의 위급 상황 때만 보안요원이 동행한 가운데 한시적으로 외출할 수 있다. 출제본부에 포함돼 합숙소에 들어온 이상 중도에 그만둘 수는 없다.

출제위원들은 여기에 과거 기출문제와 겹치지 않도록 피해야 한다는 고민까지 떠안아야 한다. 16년째 시행된 과거 수능의 모든 문제와 1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모의평가의 문제까지 더하면 수능시험 문제는 수십번이나 출제된 셈이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입시학원 및 사설 출판사가 발행하는 문제집이나 참고서의 문제와도 겹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기출문제 교차 검토를 위해 합숙소에 반입하는 참고서, 문제집만 3000여권에 달했다.

출제위원들이 합숙기간 받는 수당은 하루 30만원. 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감수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많지 않은 액수”라며 “요즘엔 출제위원이 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어 갈수록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덕분에 이번 출제본부의 600여명 중 아무도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