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동 성범죄 발생률 세계 4위

2012.09.03 22:00 입력 2012.09.03 23:19 수정

피해 건수 5년 새 2.4배 늘어… 음란물 범람·각박한 사회구조

범죄 요소만 있고 대책은 없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건수가 최근 5년 사이 2.4배 증가했다. 아동인구 10만명당 아동 성범죄 발생건수 증가비율은 한국이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동 성범죄가 판을 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실효성 없는 땜질식 처방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범람하는 음란물과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사회구조가 잠재적 성범죄자들을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1 범죄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난 성폭행·강제추행은 2054건이다. 2007년 857건의 2.4배다.

나주 성폭행 피해 초등생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전남대병원에서 3일 주치의 등 병원 측 관계자들이 피해 학생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주 성폭행 피해 초등생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전남대병원에서 3일 주치의 등 병원 측 관계자들이 피해 학생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발생건수는 2008년 1203건에서 2009년 1359건, 2010년 1922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전체 성범죄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급증 추세다.

2007년 전체 성범죄 중 6.4%였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비율은 2011년 10.5%로 높아졌다. 전체 성범죄 10건 중 1건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발표한 ‘국내외 아동 성범죄 특성 분석 연구결과’를 보면 2008년 한국의 아동인구 대비 성범죄 발생비율(아동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은 16.9건이었다. 이는 독일(115.2건), 영국(101.5건), 미국(59.4건)에 이어 세계 4위다.

한국의 아동 성범죄 발생비율은 포르노물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는 일본(6.8건)의 2.5배에 달한다.

이 비율은 2005년 인구 10만명당 10건에서 2008년에는 69.0% 급증했다. 같은 기간 2.9% 증가하는 데 그친 미국이나 오히려 감소한 일본·독일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아동 성범죄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아동 성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은 많은 데 비해 이를 막을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을 자랑하는 한국은 발달된 IT 인프라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미성년자들도 포르노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급속하게 보급이 확산된 스마트폰도 음란물 유통에 일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란물과 성범죄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을지 몰라도 잠재적 성범죄자에게 성폭력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음란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웬만한 자극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포르노물이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본 음란물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면 그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더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음란물만 차단하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사라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성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낙오된 채 홀로 살아가는 잠재적 성범죄자들을 미리 파악한 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게 문제다.

정용기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범죄를 예방할 사회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인프라는 복지와 연결된다.

정 교수는 “결손가정에서 방치된 채 자란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면 가족이나 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국가가 기본적인 복지 인프라만 갖춰도 잔혹한 범죄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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