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주민, “목숨 걸고 싸우겠다”···대책위, “일부 매체 ‘물리적 대응’ 사실과 달라”

2017.03.01 17:53 입력 2017.03.01 18:05 수정

“우리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겁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해요”

1일 오후 2시쯤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주민들의 입에서는 대부분 이런 말이 흘러 나왔다. 회관 앞 마당을 차지한 주민 300여 명의 대부분은 대부분 60대 이상 어르신이었다. 이들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 위에는 ‘사드배치 결사반대’라는 붉은 띠가 둘러져 있었고, 또 주민들 왼쪽 가슴에는 사드 배치 철회와 평화의 의미를 담은 파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날 오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골프장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방부·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계약을 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집회여서인지 참가자 수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주최 측은 “이곳에서 매주 수요일 낮 시간대 열린 10여 차례의 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소성리에도 사람이 살고있다”, “사드는 불법이다”, “사드는 미국으로 사드가고 평화오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과 주민들의 자유발언과 율동 공연 등이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후 주민들은 오후 3시부터 성주골프장 인근 진밭교까지 700여m 도보 행진을 한 뒤 마을회관으로 돌아왔다.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박희주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제는 박근혜 퇴진만이 사드 배치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이 이렇게 좋은 나라를 만들어 놓으니까 (위에서는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집회장으로 오던 중 우연히 길가에서 참외를 팔던 주민을 만났는데,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나오시던 분이더라.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참외를 챙겨주시던데 가슴이 울컥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드가 처음 여기 온다고 했을 때는 우리가 평생 살아온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서만 싸우지 않는다”면서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길임을 알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위대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날 투쟁위는 28일 밝힌 “물리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맞서겠다”는 발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투쟁위 한 관계자는 “분명한 건 경찰 및 군 병력과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다만,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집회나 시위를 벌일 때에는 우리의 의지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 과정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를 동원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 등과 충돌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도로를 장악해 군의 육로수송을 막는다는 등 일부 매체에서 보도되는 ‘물리적 방안’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덧붙였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도 “어제(28일) 경찰은 1500여 명, 군인은 400여 명이 성주골프장 일대에 투입됐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왜 왔대?’라고 대꾸했다”면서 “아마도 주민과 마찰이 일어나서 누구 하나 실려가는 거 지켜보려고 관심을 가졌겠지만, 우리는 평화롭게 싸울 거라고 이미 말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저들이 원하는대로 싸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성주투쟁위와 김천대책위는 1일 오전 위원장급 합동회의를 열어 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률 대응, 국회와 협의 사항, 소성리 마을 현장 대응방안 등을 주제로 협의했다.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에 앞서 오후 1시 원불교 교도 120여 명은 소성리 마을회관 옆에 있는 ‘정산종가’(원불교 2대 종법사) 탄생가에서 출발해 초전면 동포리 월곡저수지까지 약 5㎞ 정도 ‘구도(求道)의 길’을 걸었다. 정산종가의 발걸음을 걷는 순례길로, 원불교에서는 매주 한 차례 이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순례를 위해 성주골프장 부지 안에 진입해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혜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원불교 교무)은 “(오늘 가보니) 하루 아침에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더라. 골프장 안에 경찰과 군인들이 쫙 깔려 있고, 한창 철조망 설치 작업 등을 하고 있더라”면서 “검문이 너무나 심해 성주골프장에 진입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앞으로도 순례길을 걷는 의식은 계속할 것이다. 국방부가 종교 활동을 막는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골프장 입구 초소에 120명, 골프장 안에 200여 명, 골프장 진입로에 400여 명, 대기인원 300여 명 등 모두 100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군사보호시설구역임을 알리기 위해 철조망 울타리공사를 하고 있으며, 1일까지 울타리공사를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성리 마을회관에서는 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곳에서 저녁 시간대 촛불집회가 열리는 건 정부가 사드 배치 입지를 발표한 지난해 7월 13일 이후 두 번째다. 기존 성주군청 앞 주차장 및 김천 농소면사무소 앞, 김천역 광장에서 열리던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도 계속된다. 김천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는 오는 8일 200회째를 맞게 된다. 성주에서는 1일까지 232일째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성주골프장을 향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도보 행진을 벌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일 오후 경북 성주·김천지역 주민들이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성주골프장을 향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도보 행진을 벌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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