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총기난사

범인은 아프간 출신 부모에 뉴욕 태생 교도소 간수

2016.06.13 04:51 입력 2016.06.13 17:11 수정
워싱턴|손제민 특파원·이윤정 기자

12일 플로리다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를 한 용의자 오마르 마틴. 출처: 데일리 비스트

12일 플로리다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를 한 용의자 오마르 마틴. 출처: 데일리 비스트

한때 경찰을 꿈꾸던 미국 이민 가정의 청년이 50명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가 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9·11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를 ‘자생적 테러’로 보고, 이슬람국가(IS)와 연계돼 있는지 알아내는 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독실한 무슬림이었다는 것, 동시에 동성애를 혐오했다는 것 외에 확인된 것은 없다. 그가 범행 직전 911 응급신고에 전화해 IS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스스로 밝힌 점으로 미뤄, 무슨 이유에서인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뒤 IS의 선동에 영향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국토안보부 보고서를 인용, “용의자가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언어로 기도하는 것을 들었다고 지역 수사당국이 보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마틴은 1986년 뉴욕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그가 다닌 플로리다주 포트피어스 이슬람사원의 이맘(이슬람 성직자) 샤피크 라흐만은 “어릴 적에는 경찰을 꿈꾸던 활기찬 소년이었는데 자라면서 다소 심각한 성격으로 변했다”며 “보디빌딩에 심취해 있었으며, 대량학살을 할 성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라흐만은 “마틴이 너댓살 아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서너번 모스크를 찾아 기도를 올렸다”고 밝혔다.

가족의 말은 달랐다. 마틴의 부모는 아들이 신앙심이 깊지 않았다고 했다. 2009년부터 2년간 마틴과 결혼 생활을 했던 전 부인도 마틴이 그리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워싱턴포스트에 “성격이 불안정했고 빨래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곤 했지만 테러를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8년 전 인터넷으로 만나 결혼했으나 마틴의 가정폭력을 뒤늦게 알게 된 전 부인의 부모가 딸을 빼내갔고 2011년 이혼했다.

친구들은 마틴을 직설적이고 위협적인 사람으로 기억했다. 마틴은 최근까지 보안업체 G4S에 고용돼 청소년 교정시설 간수로 일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옛 직장동료는 “사건이 충격적이지 않았다. 곧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마틴은 항상 사람을 죽이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또 마틴이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비방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가 있었고, 늘 화가 나 있었으며, 모든 것을 불안해하며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직 경찰인 이 동료는 결국 G4S를 떠났지만 회사에 마틴에 대해 조치하라고 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마틴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베다르 바흐트는 AP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도 모스크에서 마틴과 그의 아들을 봤다”며 “마틴이 평소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남들과 의견이 다르면 화를 냈다”고 말했다.

화를 잘 내고 성격이 불안정했다지만 그가 어떤 경로로, 어떤 이유에서 극단화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정도 대규모 살상을 오로지 혼자서 저지른 것인지, 주변에 극단주의자들 그룹이 있었는지, IS와 어느 정도나 연결 혹은 동화돼 있었는지, 아직 모든 것이 의문으로 남아 있다.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FBI가 몇년 전 마틴을 요주의 인물로 보고 조사한 적이 있지만 테러조직과 연계된 증거가 없어 수사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 지역언론 팜비치포스트는 마틴이 시리아에서 2015년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미국인 모너 아부살하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FBI가 조사한 적 있다고 전했다. 아부살하는 마틴의 집과 가까운 베로비치에 살면서 IS 추종자들을 모집하려 했고, 2011년 12월 페이스북에 동성애자들을 살해하라는 이슬람 지도자의 설교 동영상을 올린 적 있다.

올랜도 주민들은 사건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와중에도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CNN, ABC 등 방송들은 부상자들을 구할 헌혈 안내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시내 헌혈센터 앞에는 수백명이 혈액을 기증하려고 줄을 섰다. 페이스북은 동일본 대지진, 지난해 네팔 대지진과 프랑스 테러 때 가동했던 세이프티체크(안전확인) 시스템을 미국에서 처음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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