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는 관점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엔 권장 필독서가 꽤 있었다. 엄혹한 시대상황 속에서, 정부가 강제하고 길들인 많은 것들로부터 주체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마치 그런 책들을 읽어야만 지식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역사란 무엇인가>도 그중 하나다.
영화 <변호인>에서 검사가 대학생 진우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 그 증거로 제시하는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재판정에서 검사가 이 책이 러시아 공산주의자가 쓴 불온서적이라며 진우를 압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역사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 즉 그들이 내린 정의가 전부가 아니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 의해 언제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 역시 내가 배우고 접해온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두고 ‘당시에 그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 ‘그 이면에 다른 내용은 없었을까’ 헤아려보려는 관점이 생겼다. 당시 집권자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TV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도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그만큼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나도 대하드라마나 대하소설을 즐겨 읽는데, 어떤 역사적 사실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관점이나 사고의 기본 틀을 형성하는 데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한창 사고의 틀을 형성하며 성장하는 세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