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추석 대목 맞은 한과공장에 ‘로봇’? “갑돌이와 갑순이가 효자네유”

2021.09.16 09:09 입력 2021.09.16 16:51 수정

전통한과 생산공정에 투입된 로봇 갑돌이가 15일 유탕기에서 한과를 건져 올리고 있다.

전통한과 생산공정에 투입된 로봇 갑돌이가 15일 유탕기에서 한과를 건져 올리고 있다.

“추석이 코 앞이라 눈코 뜰 새 없어요. 명절대목이 1년 중 가장 바쁜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로봇이 척척 해주니 대견하고 신기하네요.”

지난 15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 동암리에 자리잡은 정일품 전통한과 공장. 직원 방효배씨(48)가 로봇인 ‘갑돌이’와 ‘갑순이’를 가르키며 “우리 공장 직원 17명 중 으뜸가는 효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갑돌이는 한과 원료인 반데기(찹쌀가루를 반죽한 뒤 발효 건조한 것) 2㎏을 통에 퍼와 유채기름이 펄펄 끓는 유탕기에 쏟아부었다. 로봇은 사람 손에 해당하는 그리퍼에 부착돼 있는 통으로 원료 계량과 투입 작업을 오차 없이 정확하고 매끄럽게 진행했다. 수십 년 일한 숙련공에 뒤지지 않는 실력이다.

이어 갑순이는 자신의 그리퍼에 달린 직경 90㎝ 원통에 반제품 유과 3㎏ 담아 뒤집기와 흔들기 작업을 한 뒤 유탕기로 옮겼다. 기름 먹은 유과는 무겁고 뜨거워, 예전에는 같은 작업을 3명이 1㎏씩 나눠서 했다. 유탕은 직원들이 30~40분마다 교대로 투입될만큼 힘든 작업이다. 유탕기가 130~18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뜨거운 데다 펄펄 끓는 기름통에 원료를 넣어 튀기는 작업이라 화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방씨는 “로봇이 투입된 뒤부터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 우리는 제품의 완숙도를 체크하고 혹시 작업 중 발생한 하자만 파악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과공장 포장라인에서 15일 로봇 돌쇠가 박스를 옮기고 있다.

한과공장 포장라인에서 15일 로봇 돌쇠가 박스를 옮기고 있다.

이 공장에는 포장라인에 로봇 ‘돌쇠’도 있다. 힘을 써야하는 공정에 투입된 돌쇠는 시간당 200~300 상자를 쌓아 올렸다. 2~3명이 투입돼야 소화할 수 있던 작업량이다. 이 공장의 로봇 설치 비용은 대당 2억원. 정부가 70%를 지원해 이달부터 가동됐다.

국내 전통식품산업 분야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한과 로봇은 전북 전주 캠틱종합기술원이 한국식품연구원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식품·기계 전공자 20여명이 머리를 맞대 1년간 매달려 내놓은 결실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로봇이 전통식품 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도우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들쑥날쑥하던 품질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코로나19 시대에 바이러스 등 감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캠틱종합기술원 정우석 박사는 “그동안 로봇개발은 자동차, 뿌리 산업 등 기계 관련 업종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며 “앞으로 손길이 많이 가는 식품산업 분야에서 사람과 협동하는 로봇을 개발해 우리 전통식품의 맥을 잇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권유중 정일품 대표(57)는 “가장 어렵고 힘들고 까다로워 3D로 기피하던 유탕·포장 라인에 로봇이 도입되면서 인력 투입이 반으로 줄고 전체 작업 효율은 2~3배 높아졌다”면서 “일손에 여유가 생기면 유과 등 전통 제수품 일색이던 상품을 웰빙 한과 스낵·과자 등의 신제품을 개발해 신세대를 겨냥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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