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인 미만’ 이어 특고·플랫폼노동자까지 뺀 중대재해법

2021.11.18 20:29

5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한술 더 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종사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 공개한 중대재해법 해설서는 이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이 5인 이상이어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면 ‘해당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님’이라고 명시했다. 중대재해법 제3조(적용 범위)에 대해 정부가 파견노동자와 사무직, 공무원은 상시근로자에 포함시킨 반면 플랫폼종사자 등은 제외한다고 해석하면서 중대재해법 적용 범위가 더욱 축소된 것이다.

올해 초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법은 그동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아 비판받아왔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체 사업장의 7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약 25%를 차지한다. 여기에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조차 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해석함에 따라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졌다. 예를 들어 배달대행 업체가 4명의 관리자만 채용한 채 플랫폼노동자 수백명에게 배달을 맡길 경우 여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중대재해법으로 엄중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법의 취지가 크게 흐려진다.

또한 이런 노동부의 해석은 최근 추세와 부합하지도 않는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노동자성이 늘 논란이 되어왔다. 그런데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는 플랫폼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지속적으로 확대 인정해가고 있다. 또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관계법 적용 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플랫폼기업이 지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도 제출돼 시민단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에 정부가 역행하다니 실망스럽다.

플랫폼종사자는 계속 늘고 있다. 최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15~69세)의 8.5%인 약 220만명으로 추산됐다.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등 플랫폼종사자의 청년(20~30대) 비율은 55.2%로 절반을 넘는다. 사업장 적용 범위에서 220만명을 노동자 숫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구멍이 숭숭 뚫린 중대재해법으로 어떻게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것인가. 청년 플랫폼노동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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