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신분증명 어려워 생존 위협”…인권위, 법무부에 난민 재신청자 권리보호 촉구

2022.06.20 17:07 입력 2022.06.20 17:38 수정

난민 재신청자인 코이타 보 사란씨와 두 자녀. 코이타씨 제공

난민 재신청자인 코이타 보 사란씨와 두 자녀. 코이타씨 제공

예멘 국적의 알렉스씨(가명)는 2018년 ‘남용적 난민신청자’로 분류된 이후 휴대전화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에서 만난 그는 “외국인등록증이 철회되면서 은행계좌 이용도 정지됐다. 합법적인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등록증이 있어도 G-1-5(난민 신청) 비자를 갖고 있는 난민 재신청자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G-1-5 비자 소지자는 단순노무 직종에 한해 취업할 수 있지만 고용주들은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채용을 꺼린다.

이 비자를 가진 아프리카 기니 국적의 코이타 보 사란씨(26)도 일자리를 찾았지만 이력서를 낸 사업장 세곳에서 모두 ‘나쁜 비자’라며 퇴짜를 맞았다. 결국 주 1~2회 농장에서 토마토를 키우는 일과 손이 모자랄 때 급하게 부르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하며 세 자녀를 먹여살리고 있다. 한국에서 만난 라이베리아 출신 남편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G-1-5 비자를 갖고는 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코이타씨는 “‘병원비가 300만원이 나올 수 있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에 열이 펄펄 끓는 세살배기 아이를 치료시키지 못한 채 귀가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난민 재신청자 알렉스(가명)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에서 난민 재신청 과정에 대해 구술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난민 재신청자 알렉스(가명)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에서 난민 재신청 과정에 대해 구술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 난민의 날’ 22주년인 20일 “난민 신청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취업 자유를 보장하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인권위는 난민 심사기간이 부득이하게 길어질 경우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과 취업 허가 등의 절차를 보장해달라고 했다.

난민 재신청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와 법무부 이의신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해 다시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사람이다. 현행법상 난민 신청 횟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남용적 난민신청자’로 분류되면 난민 신청을 다시 할 수 없다. 남용적 난민신청자는 외국인등록증 등 신분 보장 서류도 빼앗겨 합법적으로 취업하기도 어렵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성명에서 “본인의 주장이나 본국 실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민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하는 난민신청자가 전체 신청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난민인정 신청을 다시 하는 재신청자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전문적인 심사인력 보강 등 인프라를 개선해 난민 심사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출입국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재신청 사건은 전체 신청(2341건) 중 절반에 달하는 1044건에 달한다. 난민 신청 심사 기간은 평균 약 17.3개월로 1년을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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