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됐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약 한 달 만에 재개됐다. 재정당국이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시위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전장연은 1일 오전 7시30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발해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이르는 제34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는 회원들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철제 틀 안에 자신의 몸을 가두는 모습을 연출했다. 집단 거주시설에 갇혀 사는 장애인들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출근시간대 운행이 15분가량 지연됐으나 지하철 차량 출입문을 막는 방식의 시위는 아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불법 집회”라고 경고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불법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수차례 방송을 내보냈다.

활동가들은 오전 8시쯤부터 열차에 탑승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열차 안에서 “최소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게 할 기본적인 예산이 담겨야 한다”며 “더 이상 죽지 않고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이 회장은 “(시위 때문에) 못 살겠다고 정부에 전달해달라. 그래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부자감세는 소신결단하면서, 장애인권리예산은 오리무중”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라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5년간 60조원 규모에 이르는 ‘부자감세’를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