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집값이 오른 경우,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나머지 초과이익에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보면 부담금 부과 기준을 현행 초과이익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올리기로 했다.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누진 적용하는 부과기준 구간 단위는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넓힌다. 초과이익의 50%를 부담금으로 내는 기준은 1억1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 초과로 크게 높아진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재건축 부담금 예정이 통보된 단지는 84곳이다. 바뀌게 될 기준을 적용하면 절반 가까운 38개 단지가 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지방 단지의 가구당 평균 부담금은 2500만원에서 2100만원(84%)이 줄어든다. 서울은 평균 9300만원(39%)이 감소하게 된다. 정부는 이런 조치의 배경에 대해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집값이 급등했음에도 기준이 그대로여서 현실화할 필요성이 컸다고 밝혔다. 또 과도한 재건축 부담금이 주택공급을 가로막고 있고, 1주택자와 고령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도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규정이 시행되면 재건축 아파트 주인이나 투자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부자들의 부담만 덜어주는 꼴로, 개발이익 사유화 방지 및 사회적 환수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 제고라는 법 취지에 역행한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조 단위 폭리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한 것은 사업자에 대한 특혜이자 공공기관의 배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재건축 초과이익 역시 개발이익이자 불로소득이다. 초과이익 환수를 대거 포기한 정부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셈이다.
이런 조치가 정부의 바람대로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지도 의문이다. 서울 강남에 재건축 규제를 대거 풀어도 강남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일부 부자뿐이다. 서민 주거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취약계층 주거복지에 쓰기로 한 재건축 부담금은 크게 줄어든다. 정부 개선안은 법률 개정사항이어서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정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