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난방비에 고통받는 한·중·일

2023.01.27 16:07 입력 2023.01.27 16:18 수정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홋카이도 리쿠베쓰정 기온이 25일 오전 영하 25도로 표시돼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홋카이도 리쿠베쓰정 기온이 25일 오전 영하 25도로 표시돼 있다. 교도연합뉴스

기록적인 한파가 동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다. 서울의 기온은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졌고, 중국 헤이룽장성은 지난 22일 영하 53도로 중국 역대 최저 기온을 경신했다. 일본 홋카이도 지역도 영하 26.9도까지 떨어졌다. CNN과 가디언, BBC 등 외신들은 일제히 “동아시아 지역의 살인적 한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한·중·일의 한파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추위와 싸우고 있는 한·중·일은 치솟는 난방비와 가스공급난 때문에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세 나라 모두 난방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맹추위 앞에 놓여진 세 나라는 똑같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고층 아파트 창문에 “춥다”라고 쓰여진 종이 나붙어

“밤새 우리는 감히 난방을 틀 수 없었어요. 대여섯시간 동안 난방을 틀면 가스 공급이 멈춰버립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NYT)에 “가스 부족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최근 강추위 속에서 일부 지역에 난방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파가 몰아닥쳐 에너지 수요가 많아진 상태에서 지방정부가 열악한 재정 때문에 천연가스 공급업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줄인 것이 가정용 난방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스 공급업체들이 가격 규제를 받지 않는 산업용 가스 공급을 우선시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가정용 가스 공급은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허베이성의 또 다른 주민은 이불을 두겹씩 덮고 자는 데도 일주일에 4일은 추위 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산시성에 있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춥다”라고 쓰여진 종이가 붙어 있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 데이터업체 레피니티브의 중국 에너지 전문가인 옌친은 “중국은 실제 겨울을 버티기에 충분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문제는 기온이 급락한 상황에서 가격 규제와 보조금 감소가 북부 지방 가정에 가스가 공급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40% 가까이 급등한 도시가스 요금…‘웜 셰어’ 운동까지

동아시아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친 지난 24일 일본 가가와현 쇼도섬의 한 동물원에서 원숭이들이 추위를 버티기 위해 모여 잇다. 교도연합뉴스

동아시아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친 지난 24일 일본 가가와현 쇼도섬의 한 동물원에서 원숭이들이 추위를 버티기 위해 모여 잇다. 교도연합뉴스

최근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일본에서도 난방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될 만큼 치솟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7일 발표한 1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도쿄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동월 대비 39.7%, 전기 요금은 24.6% 상승했다. 도쿄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 지표로 꼽힌다.

올해 전기요금은 더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 전력은 지난 26일 일반 가정 대부분이 사용하는 전기요금제를 6월부터 평균 34.87% 인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신청했다.

이렇듯 에너지값이 치솟으며 일본에서는 여러 사람이 난방을 함께 나누는 ‘웜 셰어(Warm-Share)’ 운동이 퍼지고 있다. 쇼핑센터 등에 휴식 공간을 마련해 1인 가구 고령자 등이 난방비 부담을 덜고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유하는 캠페인이다.

‘웜 셰어’ 캠페인을 알리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의 온라인 광고. 이미지 크게 보기

‘웜 셰어’ 캠페인을 알리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의 온라인 광고.

군마현 다테바야시는 지역의 대형 쇼핑몰과 제휴해 이 같은 운동을 벌여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와 공동으로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쇼핑센터 아제리아몰의 기쿠치 유리는 지난 25일 일본 TBS라디오에 출연해 “난방비 급등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와 협업한 캠페인”이라며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자 등이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휴식공간에서 독서를 하거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장소를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쇼핑몰 체인인 도큐도 지난달부터 ‘오프앤고(OFF&GO) 액션’을 벌이고 있다. 집안의 전기를 끄고 쇼핑센터로 가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자는 캠페인이다. 온라인에서 ‘절전 쿠폰’을 내려 받으면 11개 쇼핑몰의 145개 점포에서 할인이나 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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