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3명 중 1명은 어린 시절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이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은 학폭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청소년학회의 ‘청소년학연구’ 최신호에 실린 박애리 순천대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 심리정서적 어려움 및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설문 대상자의 34%(353명)가 아동기에 학교에서 언어·신체적 폭력과 괴롭힘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의 54.4%(192명)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13%(46명)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2020년 9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 27세 미만 대학생 1030명(남성 516명·여성 514명)에게 학교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시도 여부 등을 물어 답변을 분석했다. 학교폭력 피해란 만 18세 이전 신체적 폭행·놀림·위협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긴 경험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학교폭력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은 자살을 생각한 비율과 시도한 비율이 모두 이보다 낮았다. 이들 대학생 677명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36.2%(245명),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2%(35명)였다. 응답자의 연령, 성별, 가구 소득 등 인구사회학적 요소를 통제했을 때 학교폭력 피해 경험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1.92배,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2.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우울 점수도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한 뚜렷한 원인 없이 심리적인 이유로 통증이나 어지러움 등이 생기는 신체화 증상을 더 많이 호소했다.

연구팀은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대학에서 우울과 자살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선별·개입할 때 학교폭력 경험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