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막으려면…‘청년층 중심 아닌 세대통합형’으로 정책 전환해야

2022.02.06 21:43 입력 2022.02.06 21:52 수정

2020년 시·군·구 66%서 ‘인구 데드크로스’…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국토연 “한달살기 등에 치중” 지적…교육 등 인프라 보완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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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지지율 하락의 기점이 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있듯이, 인구변화에도 데드크로스가 있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아지면서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지점을 인구의 데드크로스로 칭한다. 통계청 등의 집계를 보면 국내 인구의 데드크로스는 이미 2020년에 시작됐다.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377명이고, 사망자 수는 30만4948명으로 3만2571명의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이 같은 인구의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의 기본적인 ‘수요’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격변동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인구 감소가 큰 곳의 경우 거주자가 없는 ‘지방소멸’ 현상이 나타나 주변 지역까지 부동산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정부도 향후 부동산 가격을 전망하면서 하향 안정화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인구 감소를 들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 전체 시·군·구의 66%가 ‘데드크로스’

6일 국토연구원의 ‘지방소멸 위기대응 추진사례와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보면 2020년에 전체 시·군·구의 66%(151곳)에서 인구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7곳은 이미 2000년 이전부터 데드크로스가 시작됐다. 국토연은 보고서에서 “2000~2020년 기간 동안 시·군·구의 인구정점과 인구저점 연도를 분석한 결과 인구정점 대비 20% 이상 인구가 감소한 시·군·구는 60곳(26.2%)이고, 2020년에 인구저점을 기록한 시·군·구는 118곳(52%)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인구 최저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소멸이란 단어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보다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에선 저출산·고령화, 도쿄권으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지방의 과소지역화와 무거주화를 ‘지방소멸 현상’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지방소멸 현상이 가시화되자 정부는 지난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해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연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2022~2031년)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을 보면 군(1.25명), 시(1.05명), 구(0.82명) 등 지방으로 갈수록 오히려 출산율이 더 높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전남 영광군(2.538명)의 경우 가장 낮은 서울시 관악구(0.536명)보다 출산율이 4배 이상 높다. 비록 일자리와 교육 등을 위해 지방을 떠나 도심으로 인구가 몰리더라도 지방이 인구의 출생 및 기본 정주기능을 담당하는 ‘인구댐’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게 국토연의 분석이다. 지방소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곧 인구 감소를 억제하거나 인구 증가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남 목포의 청년 스타트업 ‘공장공장’은 참가비를 받고 일종의 가상 마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괜찮아마을을 찾은 참가자들이 공유 오피스 내 주방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채용민 PD

전남 목포의 청년 스타트업 ‘공장공장’은 참가비를 받고 일종의 가상 마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괜찮아마을을 찾은 참가자들이 공유 오피스 내 주방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채용민 PD

■ 지방소멸 대책 ‘청년 집중’ 벗어나야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이 일자리·교육환경 등을 찾아 떠나는 청년인구의 ‘사회적 이동’인 점을 들어 정부 대책 역시 청년층의 지방 거주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에 집중돼있다. 국회예산처의 지난해 분석을 보면 지방소멸과 연관이 높은 저출산예산의 61%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의 경우 관내 서하초등학교에서 ‘작은학교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2030세대 부부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1931년 개교 후 2019년 기준 14명의 학생만 남아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지역 공동체문화 조성을 통해 되살리자는 취지였다. 2020년에 총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거·일자리·생활인프라 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학생 20명이 전·입학했고, 가구 단위 이주로 지역 내 인구유입 효과(29가구, 104명 이주)가 나타났다. 하지만 정착 후 학부모들은 이주 후 교육이나 환경에는 만족하지만 주거공간 추가 확보 문제와 의료기관 부재, 중·고등학교 진학 문제 등으로 계속 거주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 괴산군이 시행 중인 ‘자연드림파크’의 경우 생협이 주도한 국내 최초의 친환경 유기농식품 생산단지를 지향하고 있다. 미분양된 농공단지에 테마파크 형식의 자연드림파크와 주택단지를 조성해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총 3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을 통해 입주기업 종사자 중 500명가량의 인구유입 효과가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이주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일손 구하기가 어렵고, 정주 및 문화시설 부족으로 청년인구 유입이나 인구유출 억제에 다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은 “지방소멸 위기 및 지역의 인구 감소 대응 목적의 사업은 약 3~4년 정도의 추진 경험을 통해 부분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도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개별 단위사업 위주로 지원되고 있어 지역 이주와 정착을 유도하기는 부족하기 때문에 부처 간 협업 및 지역단위의 전략적 사업 연계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층 위주의 사업을 세대통합형으로 변경할 필요성도 국토연은 제시했다. 국토연은 “현재 대부분의 지원책들이 청년층 위주와 ‘한 달 살기’ 등 지역탐색 단계의 사업에 치중해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청년뿐만 아니라 신중년·노년·외국인·여성 등 다양한 추진 주체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세대조화·통합형 지원시책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방법에서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를 허용하는 ‘복수주소제’를 허용하고 이를 지원하는 독일처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주중에는 주 거주지인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부 거주지인 지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개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확산된 재택근무 등 업무패턴 변화에도 부응하는 대안이다. 국토연은 “평생 한곳에서 살던 사회에서 인생주기별, 삶의 추구 목적에 따라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사회로의 전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유연거주 및 복수주소제도의 도입 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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