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믿고 집 비워줬는데”···맹꽁이·금개구리 ‘전세살이’ 설움에 운다

2023.03.28 16:00 입력 2023.03.28 23:22 수정

임시서식지인 김포조류생태공원에서 살고 있는 멸종위기 양서류 금개구리 모습.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제공.

임시서식지인 김포조류생태공원에서 살고 있는 멸종위기 양서류 금개구리 모습.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제공.

LH공사의 약속을 믿고 살던 집을 비워준 동물들이 여전히 셋방살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LH공사가 새집을 주겠다고 약속해 임시주거시설로 갔는데 8년이 지나도록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 경기 파주 운정3지구에 살던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와 금개구리의 얘기다.

28일 민간연구기관인 DMZ생물다양성연구소에 따르면 LH공사는 2015년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 택지개발 도중 발견된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 금개구리를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 및 재이주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LH공사는 2015년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발견되자 이들 멸종위기종을 임시서식지로 이주 시켜 보호하다 대체서식지가 조성되면 재이주시키기로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했다.

김포조류생태공원내 금개구리 임시보호소.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제공.

김포조류생태공원내 금개구리 임시보호소.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제공.

운정3지구 내 습지에서 발견된 맹꽁이들은 현재 운정호수공원에서, 금개구리들은 김포조류생태공원에서 임시로 살고 있다. 맹꽁이는 2015년, 2016년, 2020년 3번에 걸쳐 1314마리가 이주했고 금개구리는 2016년에 태어난 어린 개체 3460마리와 성체 등 총 3618마리가 김포로 옮겼다.

임시서식지인 운정호수공원에서 살고 있는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 모습.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제공.

임시서식지인 운정호수공원에서 살고 있는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 모습.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제공.

애초 LH공사는 2018년까지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고, 안정화를 거친 뒤 2020년 맹꽁이와 금개구리를 이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LH공사는 GTX 설계 때문에 공사 발주가 늦어졌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대체서식지 조성을 미루다가 지난해 6월에야 대상 부지를 인수했다. 대체서식지 조성이 언제 완료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기 파주 운정3지구에서 김포조류생태공원으로 옮겨질 때의 금개구리들 모습. DMZ생물다양성연구소

경기 파주 운정3지구에서 김포조류생태공원으로 옮겨질 때의 금개구리들 모습. DMZ생물다양성연구소

김포시에 사는 금개구리들은 올해 8월이면 임시서식지마저 잃을 수도 있다. 김포시가 김포조류생태공원 내 임시서식지 사용을 종료시킬 예정이다. LH공사는 대체서식지가 완공될 때까지 당분간 김포조류생태공원에 잔류할 수 있도록 김포시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김포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공원 사용을 위해 LH공사 측에 금개구리들을 데려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포시가 임시서식지 사용을 종료하면 LH공사는 올해 8월까지 대체서식지 조성을 완료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명희 DMZ생물다양성연구소 이사장은 28일 “파주 금개구리들은 LH공사 때문에 김포로 강제 이주당한 뒤 운정3지구 대체서식지의 분양권을 받았지만 LH공사는 집을 안 지어주고, 전세 사는 김포는 곧 계약만료라 갈 곳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LH공사가 조성하려는 대체서식지 면적이 턱없이 좁다는 점도 문제다. LH공사가 애초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할 때 금개구리 서식지는 2000㎡로 설정됐다. 하지만 LH공사는 최근 대체서식지를 포함한 공원 전체의 면적을 2000㎡로 설정해 실제 금개구리들이 살 수 있는 면적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맹꽁이의 대체서식지는 500㎡로 체육공원 내에 포함되는데 이 정도 면적으로는 대체서식지 역할을 하기 힘들다. 환경부의 금개구리 대체서식지 조성 매뉴얼을 보면 “대체서식지의 전체 면적은 4만3000㎡ 이상으로 조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되어있다.

정 이사장은 “LH공사가 뒤늦게 계획 중인 대체서식지 면적은 금개구리들에게 필요한 면적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대체서식지 조성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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