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영조, 태생적 열등감에 의한 ‘강박적 성격장애’

2015.10.29 20:52 입력 2015.10.29 21:11 수정

영화·드라마 속의 건강학

강박적 성격은 매사에 정확하고 꼼꼼하며 일에 실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얻고, 사회적 성취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이 극단적이며 경직된 방식으로 나타나면 ‘강박성 성격장애’를 겪을 수 있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완벽주의적이어서 독단적인 성향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대인관계에서 융통성이 적고 감정이 메마르다 보니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심한 고통과 불편을 주기 쉽다.

강용혁 마음자리분당한의원 원장(한의성정분석연구회장)은 영화 <사도>에 나오는 영조(송강호)를 ‘강박적 성격장애’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들은 날은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며 물로 귀를 씻거나 궁 안에서 지나다니는 출입문을 달리하는 등 불안지수가 높은 강박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화 <사도>의 한 장면. 영조는 사도세자를 엄하게 훈육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화 <사도>의 한 장면. 영조는 사도세자를 엄하게 훈육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조는 사도세자(유아인)가 어릴 때 영특함을 발견하고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사도세자가 성장하면서 글공부를 게을리하는 것을 보고 실망해 매몰찬 모습으로 돌변한다. 완벽주의적 강박성 성격장애가 아들에게 부정적으로 투사된 것이다.

영조는 자신이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공부에 매진해 왕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해 사도세자에게 감정적 배려를 하지 않고, 완벽주의적인 모습만을 강요한다. 급기야 미운털이 박힌 사도세자에게 “너는 존재 자체가 해악이다”라고 모진 말을 퍼붓기도 한다. 걸핏하면 “임금 자리 못해먹겠다”고 하는 것은 진심이라기보다는 신하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주길 바라는 강박에서 비롯된 ‘협박성 공격행위’로 볼 수 있다. 사도세자를 자식이 아닌 왕위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여겼을 가능성도 있다. 신하와 자식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해 자신의 강박적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행동이다.

영조의 강박적 불안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강 원장은 “후궁도 아닌 무수리의 아들이라는 태생적 열등감, 왕이 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라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생존강박과 불안이 뿌리 깊이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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