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고혈압제·항응고제 먹고 있다면, 수술 전 마취과와 반드시 상담해야

2019.03.26 20:44 입력 2019.03.26 20:46 수정
박재현 |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수술부장)

[의술인술]항고혈압제·항응고제 먹고 있다면, 수술 전 마취과와 반드시 상담해야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마취에서 안전하게 깰 수 있을까”는 가장 공포스러운 걱정거리 중 하나이다. 수술 환자들의 안전한 마취를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이나 기저질환에 따라 적절한 마취 전 준비를 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상당하고, 심장혈관 시술을 받은 후 항응고제(피가 굳는 것을 억제하는 약제)를 꾸준히 복용 중인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반드시 수술 전에 복용 중인 약제의 종류를 확인하고 해당 약제를 끊거나 유지해야 하는데, 약제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복용 중인 약의 세세한 종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전 준비가 미흡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항고혈압제로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 베타 차단제 및 칼슘 채널 차단제 등이 있다. 각각의 종류에 해당하는 약제들도 제약회사별로 단일제제나 복합제제로 다양하게 제조되고 있기 때문에 시중의 항고혈압제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보면 된다.

항고혈압제 중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약물은 수술 중 심한 저혈압의 발생과 연관이 있어 수술 전날 약 24시간 전부터 복용 중단이 권고되고 있다. 미리 중단하지 않은 경우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쇼크상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협심증·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항응고제는 피가 굳는 것을 막아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수술 중 지혈이 잘 안돼 출혈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 전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일반인들도 널리 알고 있는 아스피린은 수술 후 출혈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과거와 달리 수술 전 복용 중단의 필요가 없으나, 아스피린 외에 혈소판 기능 억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약제의 종류에 따라 일정 기간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경우 흔하게 사용되는 항응고제 약물인 ‘플라빅스’는 수술 5~7일 전에 복용 중단을 권고하며, 동맥경화 환자에게 흔히 사용되는 ‘프레탈’은 수술 3일 전에 복용 중단을 권고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가 많이 출시돼 다양한 약제들이 시판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 전 마취 전문의에게 복용 중인 약제의 종류를 확인하고 해당 약제의 중단 기간을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은 경우 수술을 위해 항응고제를 1주일간 중단하면 시술받은 혈관이 막혀서 오히려 더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저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권고되는 중단 기간’보다 짧게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하고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술 전 금식을 시행하는 이유는 마취 유도 시 위에 남아 있는 음식이 역류해 폐에 흡인되는 경우 매우 치명적인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모든 환자에게 8시간 이상의 금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소아의 경우 과도한 금식은 오히려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섭취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국마취과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 건더기가 없는 과일주스, 차, 아메리카노 커피 등 맑은 액체는 수술 2시간 전까지 허용된다. 우유나 토스트 등 가벼운 식사는 수술 6시간 전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기름기가 있는 음식이나 육류 등은 수술 8시간 전부터 금식할 것을 권한다.

음식의 종류나 나이에 따른 금식 시간에 대한 수술 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대개 8시간 이상의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과도한 금식은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식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수술 전 약제 복용 중단 또는 지속 여부나 금식을 환자 개개인에게 알맞게 적용한다면, 수술 및 마취와 관련된 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수술 후 빠른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기준들은 환자 개개인의 질환과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앞두고는 마취통증의학과의 수술 전 평가실 방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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