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요소비료 창고도 ‘텅텅’…“농사 망칠라” 애타는 농민들

2021.11.09 20:58 입력 2021.11.09 22:11 수정

농촌 현장에 가보니

전남 나주의 한 농협 비료창고가 9일 텅 비어 있다. 중국으로부터 요소 수입이 중단돼 요소 비료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1주일 전부터 동났다. 비료를 구입하려던 농민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전남 나주의 한 농협 비료창고가 9일 텅 비어 있다. 중국으로부터 요소 수입이 중단돼 요소 비료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1주일 전부터 동났다. 비료를 구입하려던 농민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농작물 생장에 필수적 비료
복합비료 등 대체품 구입도
화물차·농기계 운행도 불안
항의해도 뽀족한 대책 없어

“33년 농사를 지었는데 비료를 구하지 못한 것은 처음입니다.”

9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정남진장흥농협에 요소비료를 사러 온 정연초씨(59)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이 농협 비료창고에는 3000포대의 각종 비료가 쌓여 있었지만 정씨가 구하려는 요소비료는 단 1포대도 없었다. 시금치를 재배하는 그는 결국 요소가 일부 포함된 다른 비료를 구매했다. 6600㎡의 시금치밭에 웃거름용으로 요소비료를 살포하려면 20㎏짜리 22포대가 필요하다. 정씨는 요소가 3분의 1 정도 함유된 복합비료 60포대를 구입해 1t 트럭에 실었다.

요소비료는 농작물 생장에 필수적인 ‘질소’를 공급한다. 질소가 부족해지면 농작물은 생육이 저하되고 잎이 마른다. 정씨는 “비료를 제때 살포하지 않으면 시금치 농사를 모두 망친다”고 말했다.

‘요소대란’이 농촌도 덮쳤다. 경유 자동차 운행에 필수적인 요소수 부족에 정부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농촌은 요소가 주원료인 비료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남진장흥농협의 비료창고에는 벌써 1주일째 요소비료가 없다. 농협이 요소비료를 발주하고 있지만 언제 도착할지 소식도 없다. 농협 창고에서 특정 품목의 비료가 아예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27년째 이 농협에서 일하고 있는 정상배 상무는 “2008년 비료값이 크게 오른다는 소식에 미리 구입하려는 농민들이 몰려 품귀현상이 빚어진 적이 있지만 그때도 공급은 이뤄졌다”면서 “창고에서 요소비료가 아예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리와 마늘, 양파, 사료작물 등 월동작물을 많이 재배하는 전남은 요소비료 사용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월동작물은 겨울에도 요소비료를 살포해야 한다. 벼농사를 주로 하는 지역은 모내기가 시작되는 내년 5월부터 필요하다.

지난해 1포대(20㎏)에 8950원이던 요소비료는 올해 1350원(15%)이 급등한 1만300원에 판매됐다. 정남진장흥농협은 판매 수량까지 제한했지만 결국 창고는 바닥을 보였다. 지난달 말부터 농민 1인당 요소비료 구입을 20포대로 제한했다가 다시 10포대, 5포대로 줄였지만 지난 2일 재고가 모두 떨어졌다. 비료 판매를 담당하는 김형남씨는 “농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딱히 대책이 없다”며 난감해했다.

요소수 품귀로 화물차 운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부 농산물 유통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남의 한 미곡종합처리장은 햅쌀을 서울 등에 판매해야 하지만 쌀을 운송할 화물차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남에서 서울까지 쌀을 운송하는 5t 화물차의 운송비용은 45만원에서 최근 55만∼60만원까지 올랐다. 국내 최대 절임배추 생산지인 전남 해남군도 김장철을 앞두고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남은 매년 200만상자(상자당 20㎏)가 넘는 절임배추를 생산하는데 대부분 택배 등을 이용하고 있다. 요소수 부족으로 물류가 멈추면 김장배추 유통에 큰 문제가 생긴다.

농협이 운영하는 전남지역 주유소에는 이날부터 농민들을 위해 트랙터 등 농기계에 우선적으로 요소수를 공급하라는 지침도 내려졌다. 하지만 정작 주유소에는 남은 요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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