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 박근혜·조국·곽상도…유·무죄 가른 ‘경제공동체’

2023.02.14 21:38

곽 전 의원, 아들 50억 ‘무죄’에 시민단체·법조계 잇단 비판

법원, ‘독립생계’ 여부로 경제공동체 판단…조 전 장관 유죄

일각선 검찰 부실 수사 지적하며 “3자뇌물죄 적용했어야”

‘뇌물 혐의’ 박근혜·조국·곽상도…유·무죄 가른 ‘경제공동체’

곽상도 전 국회의원(맨 오른쪽 사진)의 50억원 뇌물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14일 곽 전 의원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를 공수처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다고 했다. “결혼한 자녀를 통해 받으면 뇌물이 아니라는 ‘신박한’ 논리로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이 성과급으로는 이례적으로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곽 전 의원의 국회의원 지위와 대장동 사업 간 직무관련성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곽 전 의원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도와준 대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병채씨가 곽 전 의원과 독립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곽 전 의원이 병채씨에 대한 법률상 부양의무가 없다면서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경제공동체’가 아니니 아들이 받은 돈을 아버지의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판사 출신 오지원 변호사는 “성인이든 미성년이든 아들이 경제생활을 못하게 되면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원조할 수밖에 없는데 향후 부양 가능성이 있는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 ‘아버지의 직무관련성이 없었다면 그 돈이 아들에게 귀속될 만한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넓은 의미의 경제공동체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인 김현 변호사도 “아들이나 처남처럼 제3자에게 줘도 본질은 본인이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왼쪽 사진)도 그래서 유죄판결이 나왔던 것”이라고 했다.

‘경제공동체’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 검찰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필에 단순뇌물죄를 적용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씨와 최씨를 사실상의 경제공동체로 보고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국정농단 사건 판결과 곽 전 의원 사건 판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정농단 사건 때 검찰은 박씨와 최씨를 모두 기소했지만 곽 전 의원 사건에서 검찰은 곽 전 의원만 기소했다.

일각에선 곽 전 의원에게 뇌물죄 대신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주는 범죄이다. 다만 제3자뇌물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곽 전 의원 사건에서 재판부는 대가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성남의뜰 컨소시엄 유지를 위해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거나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의 1심 판결에선 조 전 장관과 딸 조민씨를 경제공동체로 간주했다.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장학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직무관련성이 없어 뇌물은 아니라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봤다. 곽 전 의원 건과 비교하면 자녀의 ‘독립 생계’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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