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올 한가위는 ‘영통’으로 만나요

2020.09.08 17:19 입력 2020.09.08 21:13 수정

정부 ‘비대면 추석’ 권장

어머니 아버지, 올 한가위는 ‘영통’으로 만나요

“만나고 싶지만 참아요”
“화상 차례 지내려고요”
‘집콕 명절’ 택한 시민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장희정씨(31)는 올 추석엔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수년 전 취업준비생 시절 한 차례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보내는 명절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부모님이 먼저 딸의 귀성을 만류했다. 그는 “연휴 내내 ‘집콕’하며 드라마도 보고 집 청소도 할 계획”이라면서 “가족을 못 봐 서운하지만 일단 코로나19를 잡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일 코로나19 확산세 속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콕 명절’을 준비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집단감염 전파가 우려되는 만큼 방역 고삐를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주가 고향인 대학원생 양모씨(27)도 연휴 내내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고향에는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인 지난달 초 다녀왔다. 그는 “학교가 사랑제일교회 근처라 더 불안했다”며 “논문을 쓰며 연휴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석에는 다들 움직이지 않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주위에서 내려간다고 하는 친구들을 내심 말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로의 역귀성 계획도 취소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66)는 이번 추석에 손님맞이를 하지 않는다. 명절마다 전국 각지에서 50명 가까운 친·인척이 김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올해는 모두 오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맛있는 음식을 사다 함께 사는 두 아들, 건강이 안 좋은 이웃들과 나눠 먹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들 만나고야 싶죠. 그렇지만 추석 때문에 누가 (코로나19가) 옮았다고 하면 얼마나 큰 고통이겠어요. 코로나19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걸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심해야 해요. 모두가 협조해야지요.”

아예 ‘화상 차례’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종친회장 박모씨(80)는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추석 때 오지 말라고 주문했다. 대신 아내와 둘이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가족들에게 공유할 생각이다. 그는 “자식들이 휴대전화로 영상 찍는 법을 알려줬다”며 “자식들을 못 만나 기분은 착잡하지만 국가가 재난 상태인데 이 판국에 무슨 (다 모여서) 제사냐. (지금은) 총소리 없는 전쟁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집콕 추석’ 계획을 밝히는 글이 이어졌다.

정부는 추석 명절 기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가족과 친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 거리 이동이나 밀접 접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명절은 거리를 두더라도 마음은 가까이하며 집에서 쉬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해 전국에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검토하는 등 ‘비대면 추석’을 위한 정부 대책도 이어지고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