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사건 그 후… 피해아동 학교 아이들 말 줄고 운동장 텅 비어

2012.09.04 21:53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 학생(7)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심리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듣은 이 학교 어린이들이 말수가 줄어들고, 점심을 적게 먹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안팎에서 이런 이상 현상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4일 오후 전남 나주시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는 하루 전 2학기에 들어갔다. 사건 장소에서도 불과 7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학교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어린이 상당수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날 운동장에서는 어린이들을 볼 수가 없었다.

하교시간에 맞춰 교문 앞으로 와 아이를 데려가는 주부들도 20여명이나 됐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 빚어졌다.

이 학교 한 교사는 “개학을 맞아 며칠간은 서로 방학 뒷얘기를 나누며 학교에 머무르는 학생이 많을 때인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도 “학교가 갑자기 숙연해지고 학생들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거들었다.

피해자 ㄱ양의 집 앞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68)는 “초등 5학년 여손자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몹쓸 짓 때문에 무섭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면서 “낮인데도 자기 방문을 꼭꼭 잠그는 것을 보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박모씨(37)도 “3학년 아들인데도 이사를 가면 안되겠느냐 떼를 쓰고 있어 고민스럽다”면서 “늘 활기찬 얼굴로 돌아오는 아들의 얼굴이 굳어진 것을 보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런 후유증이 드러나자 나주교육지원청이 나섰다. 김영경 장학사는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들 상당수가 사건을 접하고 심리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긴급 처방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4일부터 이틀간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사 등 2명을 이 학교에 보내 교육에 들어갔다. 교직원 40여명과 전교생 300여명에 대해 성폭력 예방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유 교육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교직원들과 1~2학년 교육을 마치고, 5일 3~6학년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에 들어간다. 주로 개별 상담을 벌이고, 영상과 그림, 애니메이션 등 시청각 교재를 활용, 심리적 안정을 되찾도록 돕는 내용이다.

이날 교육을 맡은 김우영 나주 위센터 상담교사는 “1~2학년들은 아직 사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그렇게 동요하지는 않았다”면서 “고학년들이 무척 당황하고 놀라는 기색을 보여 더욱 밀도 있는 교육을 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ㄱ양은 부상 부위 수술을 마치고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정신적 불안 등을 포함한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5일 오전 이 사건을 광주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다.

검찰은 성폭력 사건 전담인 형사2부 최영아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해 정확한 범행 경위, 동기, 주변인 등을 더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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