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폭력 치료비 정부 지원 1인당 6만원꼴

2012.09.04 22:06 입력 2012.09.05 00:36 수정

예산부족 탓 상담치료 집중… 피해자 가족 생활비도 문제

2008년 12월 발생한 아동 성폭력 범죄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당시 8세)는 신체 일부분이 훼손되는 중상을 입었다. 나영이는 3년간 성폭력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나영이 가족에게 1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평생 감당해야 할 외과·정신과 치료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나영이 가족은 전 국민적인 관심 덕에 성금 2억원이 모여 이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했다.

성폭력 피해아동들은 신체적 외상뿐 아니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는 사건 당시 들끓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세상 속에 묻히기 십상이다. 이후 피해 당사자의 정신적 치료와 고통 해결은 대부분 고스란히 가족들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턱없이 적은 예산과 인력·시설 부족 탓에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2009년 1만7242명(아동 1007명)에서 2011년 2만1912명(아동 1057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정부의 성폭력 피해자 치료비 예산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여성가족부의 올해 성폭력 피해자 지원예산 248억원 가운데 의료비는 10억3100만원뿐이다. 1인당 치료비 한도는 500만원이다. 1인당 최대액인 500만원씩 지원할 경우 지원 대상은 2000여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에 실제 여가부로부터 치료비 지원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는 9720명이었고, 1인당 평균 지원받은 금액은 6만1000원이었다. 증상이 깊고 신체적 후유증이 오래가는 중증 환자의 경우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치료비 부담도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 심리 및 상담치료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예산이 부족한 탓이 크다.

여가부가 집계한 ‘2011년 성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 운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성폭력상담소 163곳을 찾은 성폭력 피해자 2만1274명 가운데 74.5%인 1만5843명이 상담 등의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만 13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아동 지원을 위해 2004년 해바라기아동센터를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아동센터는 10곳에 불과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병원 밖에 설치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밖에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여성·학교폭력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2종류의 지원센터가 있긴 하지만 시설과 지원 인력은 늘어나는 성범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피해아동 가족의 생활비도 문제다.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에게 유족 구조금과 중·상해 구조금, 장애 구조금 중 하나를 지원한다. 구조금은 월평균 소득(혹은 일용직 월평균 소득)과 치료기간(3~30개월), 부양가족 여부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지원금 역시 166만~6000만원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도 피해 가족들의 생계비와 의료비, 임시거처 마련 비용을 지원하지만 ‘범죄 피해로 생계 유지가 곤란한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성폭력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문제이지만 가족의 피해도 큰데 이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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