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른 소년, 그 후

문제학생 개인의 의지 아닌 사회적 배려 필요

2015.02.27 21:41 입력 2015.03.03 20:47 수정

가출소년 출신 상담가 홍인택씨

“청소년 문제는 사회적인 배려와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해결될 수 있어요. 저는 우연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환경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거든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서울시 청소년이동쉼터에서 청소년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홍은택씨(28)를 만났다. 청소년들의 일탈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홍씨의 속내는 꽤나 복잡하다. 그도 한때 가출 청소년이었다.

[불지른 소년, 그 후]문제학생 개인의 의지 아닌 사회적 배려 필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모범생처럼 살았던 홍씨는 외고 입시에 실패한 뒤 집을 나왔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사는 삶에 질려버렸다”고 했다. 네이트온·버디버디 등 당시 유행하던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일명 ‘가출팸’을 만들었다. 네다섯명 정도 되는 가출팸엔 성인들도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 갖고 있던 30만원을 써버린 홍씨는 한 달 뒤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학교를 가지 않았다.

홍씨는 “학교에 가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지만 가출을 한 번 맛보면 계속하게 된다”며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 돈만 있으면 자유로웠다”고 했다. 홍씨는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했다. 홍씨가 직접 청소년 범죄에 가담한 적은 없지만 많은 아이들이 범죄 유혹에 노출되는 것을 목격했다. 홍씨는 “가출팸 우두머리가 무리 중 여성 한 명에게 성매매를 시켜 가출 자금을 벌어오게 하기도 한다”고 했다.

홍씨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다. 선생님은 홍씨를 무조건 학교로 끌고 가지 않았다. 대신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틀에 한번꼴로 친구들을 집으로 보내 학교에 같이 가자고 홍씨를 불러냈다. 생일에는 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열어줬다. 홍씨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홍씨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며 “그렇게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청소년기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은 내가 가출을 했다고 해서 반 아이들과 다르게 보시지 않았다. 똑같이 보시려고 했다”며 “나를 신경쓰시는 것을 반 아이들에게 티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다시 융화될 수 있었다”고 했다. 홍씨는 그해 5월 학교로 복귀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 상담을 시작한 홍씨는 정씨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홍씨는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었을 때 정씨도 속으로는 뭔가 변하려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주위 환경은 변한 게 없고 비슷한 친구들끼리 어울리면서 다시 일탈을 하게 된 것”이라며 “아이들이 혼자 결심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참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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