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완득이’를 가뒀나… 성인범으로 다시 창살에 갇힌 ‘방화범 소년’

2015.02.27 22:11 입력 2015.02.27 22:30 수정

▲ 다문화 가정, 왕따, 충동 범행,실효 없는 교정, 재범, 처벌… 그의 짧은 삶의 궤적은 한국서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3년 전 동네에 불을 질러 경찰에 붙잡힌 정승호씨(21·가명)는 지금도 구치소에 있다. ‘가출-방화-보호관찰-절도-구치소’를 오가는 사이 18살의 정씨는 성인 범죄자로 자라났다.

정씨는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하고, 어머니가 곁을 떠나면서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가정환경과 출신배경이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완득이>의 주인공을 빼닮았다. 다문화 가정 아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또래들에게 놀림을 당한 정씨는 가출을 밥먹듯 했다.

누가 ‘완득이’를 가뒀나… 성인범으로 다시 창살에 갇힌 ‘방화범 소년’

그러던 어느 날 밤 정씨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불을 질렀다. 그는 경찰에서 “항상 반쪽밖에 인정을 못 받는 느낌이었다”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법원은 정신병원 2개월 입원, 대전 청소년 보호치료시설 위탁, 보호관찰 1년6월을 선고했다. 그 안에서 또래 범죄자들을 만났다.

법원의 청소년 보호치료시설에서 나와 일상으로 되돌아온 정씨에게 현실은 과거 그대로였다. 그는 다시 집을 나왔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훔쳤다. 그는 이번에 구치소에서 나오면 한국을 떠나거나 산속에 들어가 홀로 살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무엇이든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고 했다.

혼혈, 부모 없는 가정, 따돌림, 충동 범행, 실효성 없는 교정, 재범, 처벌…. 정씨의 짧은 삶의 궤적은 한국 사회에서 소년은 왜 범죄자가 되는지, 한번 잘못을 저지른 소년이 왜 재범, 3범의 성인범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소년범은 총 9만1633명. 이 중 재범 이상의 비율은 41.5%(3만8046명)이다. 2007년 29.0%, 2011년 36.9%로 한번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의 재범률을 줄이려면 처벌에 집중할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분노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아이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들이 처한 환경이 문제다. 어른들은 개인의 특성이 더 지배하지만, 아이들은 환경적 요소에 더 많이 지배받는다”고 말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년원에 온 아이들은 교사나 직원들이 쏟아주는 관심이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누군가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줬다면 정씨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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