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U턴’하는 코레일·여권…타협이냐, 명분쌓기냐 주목

2013.12.26 23:42 입력 2013.12.27 03:03 수정
박철응 기자

코레일, 견고한 파업·여론 비판에 먼저 교섭 제의

신규 인력 채용 공고는 강행…정부 ‘두 갈래 대응’

꽉 막혀 있던 철도파업 사태를 대화로 풀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출구는 중재를 자청한 종교계가 열었다. 그동안 파업 철회와 분쇄에 주력했던 코레일과 여권이 ‘유턴’하면서 18일째를 맞는 철도파업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코레일이 먼저 철도노조에 교섭을 제의한 것은 상징적이다. 그간 파업을 철회한 후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정부와 코레일의 빗장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철도노조 입장에서는 아무런 명분도 열매도 없이 파업을 접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 파업의 기록만 경신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13일 만에 재개된 노사 교섭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화는 조계종이 중재 역할을 자임한 게 분기점이 됐다. 조계종은 이날 ‘철도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대신 국가기간 산업인 철도의 안정과 발전, 나아가 국민의 보편적 행복의 관점에서 문제가 다뤄질 수 있도록 대화의 장에 나서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도법 스님과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등이 함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제안하자 새누리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와 철도노조 간 대화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 의원은 철도파업에 비판적이지만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날 수서발 KTX 주식회사의 지분 민간 매각을 금지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강수로 일관하던 정부와 새누리당이 유턴한 배경은 복합적으로 읽힌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빚어지는 국민 불편과 경제적 피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후 사회적인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코레일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어 만에 하나 사고라도 발생하면 민심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실제 정부의 강경 대응은 꼬이고 있다. 파업 직후부터 대규모 직위해제와 지도부 고소·고발 조치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파업 복귀율은 낮고 열차 운행의 핵심인 기관사들은 거의 복귀자가 없다. 지도부 체포에 나선 경찰은 허탕을 쳤고 소재가 파악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 울타리 안에 머물러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다. 국토부가 강행하려 했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철도 면허 발급은 법원의 등기 절차 지연으로 미뤄지고 있다. 파업 대오와 민영화 반대 여론이 견고한 속에서 강경 대응의 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계가 나선 것은 정부와 코레일로서도 강 대 강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철도노조는 하지도 않는 민영화를 핑계로 철도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혈세를 낭비하는 협상은 없다”고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코레일은 파업이 더 길어질 것에 대비한 신규 인력 채용을 공고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8일 총파업에 속도를 붙여 노·사·정이 마주 달리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또 한번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도 풀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표면적으로 입장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코레일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크지 않다”면서 “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파업은 마지막 중재 노력과 대화가 열매 없이 겉돈다면 극한 충돌이 예상되는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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