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심야까지 대화…‘물꼬’는 텄지만 입장차 여전

2013.12.26 23:42 입력 2013.12.27 03:06 수정
박철응 기자

노조 ‘별도 회사 철회’ 등 5개항 요구…사측 “권한 밖”

양측 “실무 현안 협의” 선그어…결국 정부 의지 관건

첨예하게 대립하던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13일 만에 대화 테이블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양측은 교섭에 앞서 “이번에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자”며 의지를 보였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26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피신해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교섭을 제안했고 노조가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교섭이 이뤄졌다. 이날 교섭은 오후 4시부터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시작된 교섭에는 회사 측에서 이용우 인사노무실장 등 3명이, 철도노조에서 김재길 정책실장 등 3명이 대표로 나왔다.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는 대부분 수배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b>손 맞잡은 ‘철도 노사’</b>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오른쪽)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이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의 중재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김기남 기자

손 맞잡은 ‘철도 노사’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오른쪽)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이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의 중재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김기남 기자

조계사에서 최 사장을 만난 박 부위원장은 “노사 간의 상호 진정성 있는 만남이었다. 파업 상황이 조기에 종결되도록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실무교섭에서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루면 본교섭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 지도부들이 교섭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잠정적으로라도 합의안을 내놓으려면 추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별도 주식회사 설립 결정 철회’ ‘수서발 KTX 주식회사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발전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등 노조 탄압 중단’ 등 5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철도노조 요구사항들은 코레일 차원에서 약속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을 백지화하는 데 코레일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면허 발급 중단 역시 국토부가 결정할 사항이다. 국회 내 철도발전 소위 구성 역시 새누리당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코레일이 국토부 등과 얼마나 교감을 갖고 교섭에 나왔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코레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답변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등 징계 철회는 코레일이 원하면 가능하다. 이는 철도노조 입장에서 ‘발등의 불’이므로 이 부분에서 회사 측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대화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불법 파업으로 규정,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온 코레일과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철도노조 간 입장차가 커서 교섭은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 교섭 당사자들도 “실무 현안 협의”라고 선을 그었다.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을 뿐 구체적인 타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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