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이 MBC ‘김현희 특집’ 편성 개입 논란

2013.01.15 22:11 입력 2013.01.15 23:13 수정
김형규 기자

속보성도 아닌데 ‘100분 토론’ 내리고 긴급 방송

노조 “일부 여당 측 이사 요구, 명백한 월권행위”

MBC가 15일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씨(사진)와의 대담을 이례적으로 긴급 편성해 방송 제작의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대주주로 경영 감독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의 일부 여당 측 이사들이 노골적으로 프로그램 편성 과정까지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MBC는 이날 밤 11시15분 정규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 대신 <특집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방송을 내보냈다. 이 편성 계획은 방송 하루 전 실무진에게 통보됐고 녹화도 방송 당일 오후 4시에 진행됐다.

방문진이 MBC ‘김현희 특집’ 편성 개입 논란

MBC 내부에서는 속보성 사안도 아닌 주제를 무리하게 긴급 편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제작·편성일뿐더러 외압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철진 MBC 시사제작국장은 김현희씨와의 대담 편성에 대해 “방문진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문진의 요구에 따라 제작됐다는 의미다.

고영주 감사와 김광동 이사 등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2003년 <PD수첩-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해당 방송의 제작과정에 대한 경과보고 의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방송경위 설명을 들은 뒤 해당 방송을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규정하고 사과방송이나 추가보도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는 게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2003년 방송 내용이 객관성을 잃고 시청자로 하여금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남긴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사와 재판기록 등 이미 밝혀진 객관적 사실을 통해 김현희가 KAL기 사건의 진범이라는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이사회에서) 전했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방문진의 개입을 “명백한 월권행위”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방문진은 법적으로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질 뿐 개별 프로그램에 간섭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사회에서 특정 프로그램의 내용을 문제삼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지시한 것은 불법이며 부당한 정치적 개입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 내부에서는 기획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화급히 만들어 방송토록 한 권위주의 시대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정권교체 이후 방송계에서도 보수적 가치와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특정한 정치적 성향에 맞게 시대와 역사를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방송 프로그램이 휘둘리고 관련 제도가 무시된다면 어렵게 쌓아올린 방송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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