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금지 몰랐다” “치킨은 괜찮죠?”···한강공원·연트럴파크 심야 르포

2021.07.06 07:07 입력 2021.07.06 22:17 수정

코로나19 확진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밤10시 이후 공원이나 강변 등 야외음주 금주조치가 내려진 5일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밤10시가 지났지만 곳곳에서 시민들이 음주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밤10시 이후 공원이나 강변 등 야외음주 금주조치가 내려진 5일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밤10시가 지났지만 곳곳에서 시민들이 음주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마스크 쓰세요. 그리고 10시 이후엔 술 드시면 안 돼요.”

5일 오후 10시 마포구 경의선 숲길.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직원 A씨(60)가 코로나19 방역 위반 단속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수도권에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조치가 취해진 첫날이었다.

이른바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에는 월요일인 이날 밤에도 야외 음주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A씨가 “밤 10시 이후엔 술 안돼요”라고 알리자, 일행들끼리 “안 되는구나”, “원샷해야겠다”며 눈치를 보는 듯하던 시민들도 A씨가 멀어지자 다시 맥주를 들었다.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직원 A씨(60)가 5일 오후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일대에서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조치 등 코로나19 방역지침 점검을 하고 있다. / 이창준 기자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직원 A씨(60)가 5일 오후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일대에서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조치 등 코로나19 방역지침 점검을 하고 있다. / 이창준 기자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금지 “몰랐다”

한강공원에서도 여름밤 야외 음주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바로 전날 발표된 ‘밤 10시 이후 음주 금지 조치’를 모르고 있었다. 아직 과태료 부과 등 강제적인 수단이 마련되지 않아 계도만으로는 시행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밤 11시를 훌쩍 넘긴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은 강변에 설치된 테이블이나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던 B씨(26)는 “밤 10시 이후에 야외에서 술 마시면 안 되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서울 전체가 다 그런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방금 와서 그런지 단속이나 안내를 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C씨는 ‘심야 야외 음주 금지령’을 알지만 밤에 술 마실 곳이 마땅치 않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밤 10시 이후 술 마시면 안된다’고 안내하는 것을 들었지만, 그냥 지나가면서 말하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듣고도 다들 모른 척 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망원한강공원에서 계도 업무를 하던 한강사업본부 직원은 “아직 강제성이 없어서 ‘밤 10시 이후에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안내하는 정도로 계도를 하고 있다”며 “과태료 부과는 내일부터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부터 수도권에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주 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어 본격적인 시행에 나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조치가 취해진 첫날인 5일,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 / 한수빈 기자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조치가 취해진 첫날인 5일,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 / 한수빈 기자

■‘술은 금지·치킨은 가능’ 효과 얼마나

밤 10시 이후 야외에서 음식은 먹을 수 있어 지침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밤 10시 이후 여의도한강공원엔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계도 활동을 하고 있어 대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공원에 남아있는 사람 대부분이 치킨이나 라면과 같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직원들은 ‘술은 드시면 안 돼요’, ‘술 드시는 건 아니죠’라고 말하며 음식을 먹고 있는 시민들을 살폈다.

이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친구들과 라면을 먹고 있던 대학생 D씨(20)는 “밤 10시 이후 금주 조치가 있는지 모르고 왔다가, 밤 10시 이후에는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안내를 받아서 라면만 먹고 있다”며 “어차피 먹을 때도 마스크 벗는 것은 똑같은데 술만 못 마시게 한다고 소용이 있을까”라고 했다. D씨 옆에는 아직 다 비우지 못한 맥주캔이 놓여있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친구들과 치킨을 먹던 박모씨(20)도 “술은 안 되는데, 음식은 먹어도 되는 것이 애매하다”고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서 계도 업무를 하던 한 한강사업본부 직원은 “한강공원에는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식당이 닫은 뒤 2차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의 유입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밤 10시 이후 야외 금주령이)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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