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돌고래 약 먹여 쇼 강행…거제씨월드 ‘노바’ 결국 폐사

2024.04.16 20:51 입력 2024.04.16 20:56 수정

지난 2월 병 알고도 투입

“고의성 입증 땐 형사처벌”

지난달 15일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큰돌고래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달 15일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큰돌고래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가 돌고래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약을 투여해 쇼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돌고래들은 병이 악화해 결국 폐사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거제씨월드에서 사육하던 큰돌고래 ‘노바’는 지난 2월28일 장염전에 의한 쇼크로 폐사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부검 보고서를 보면 노바의 십이지장과 장간막 림프샘은 충혈돼 괴사했고, 간과 췌장도 유약해진 상태였다.

노바의 부리 끝에선 열상이 확인됐다. 부검에 참여한 고래연구소 연구사와 거제씨월드 수의사는 노바가 “폐사 전 수조 내부 시설을 들이받아” 상처가 생겼다고 적었다. 돌고래들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수조로 돌진하는 습성이 있다. 장 질환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제씨월드는 노바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쇼에 투입했다. 의무기록지를 보면 노바는 지난해 12월13일 첫 설사 증상을 보여 약을 투약받았다. 이후 지난 2월20일 다시 장염 증상을 보였고, 거제씨월드는 항생제 등을 투약했다. 사흘 뒤 항생제를 추가 투여, 다음날 노바를 3차례나 쇼에 세웠다. 위독해진 노바는 폐사했다. 노바보다 먼저 폐사한 ‘줄라이’도 지난 1월 검진에서 정맥염·구토 증상 등으로 쇼에 내보낼 수 없다고 판단됐으나 지난 2월15일 공연에 투입됐고 열흘 뒤 죽었다. 폐사 당시 줄라이는 18살, 노바는 14살이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고의성이 입증되면 형사처벌도 가능한 사안”이라면서 “돌고래의 건강이 안 좋다는 걸 거제씨월드가 알고 있었고, 죽을 것을 알면서 공연을 강행했으면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 조사 결과 거제씨월드는 돌고래들이 제대로 살 수 없는 사육장 시설을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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