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대표는 계속 법원 문을 두드린다···‘집시법 위헌심판’ 신청

2024.05.22 16:15 입력 2024.05.22 16:25 수정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스티커 수백 장을 붙여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죄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스티커 수백 장을 붙여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죄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버스를 막아 불편했을 시민들께는 죄송하지만 그것이 죄라고 한다면 저의 양심상, 그리고 제가 배운 헌법의 가치상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피고인석에 자리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1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박 대표의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다. 그가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낸 이후 열리는 재판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21년 4월8일 오후 6시40분쯤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기소됐다. 버스 탑승이 거부되자 버스를 막아서고 문 앞에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는 등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 등이 적용됐다.

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는 항소심 재판 중이던 지난 10일 집회·시위법 6조1항과 22조2항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피고인이나 소송 당사자가 특정 사건에 적용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재판부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하고 헌재가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본 사건의 재판은 중단된다.

박 대표 측 “집시법 ‘신고조항’ ‘처벌조항’ 위헌”

집회신고 중 개최·미개최 현황. 경찰청 자료

집회신고 중 개최·미개최 현황. 경찰청 자료

박 대표 측이 위헌이라고 본 6조1항은 ‘옥외집회나 시위의 사전 신고시간’을 명시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에 대한 신고서를 집회나 시위가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2조2항은 ‘이러한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집회나 시위를 주최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박 대표 측은 “사전신고 시간을 규정한 것이 집회를 하는 데 실무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집회·시위가 많은 지역에선 신고하려고 경찰서에서 밤을 새우며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가장 마지막 수단인 집회·시위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절박한 사람들과 달리 ‘집회 장소 알박기’ 식으로 사전신고제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박 대표 측은 주장한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1년~2020년 사전에 신고된 집회 중 실제 집회가 진행된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했다. 박 대표 측은 “실제로 집회를 열지 않으면서 신고하는 것은 다른 집회를 방해할 목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박 대표 측은 해당 조항이 최소한의 정보만이 아니라 개인정보 등까지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경찰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집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사전신고는 행정 절차의 협조 의무에 불과한데,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형벌을 부과한 처벌조항은 “지나치게 과중한 처벌”이라고도 했다.

최근 헌재 결정, 4 대 5로 ‘위헌’ 의견 많아

박 대표가 제기한 위헌심판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5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그동안 헌재는 “선례를 변경할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 재판관의 판단은 해를 거듭할수록 반대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헌재 결정(2021년)에선 합헌 의견이 4명, 위헌은 5명으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 위한 6명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합헌으로 결정됐다. 당시 위헌 의견을 밝힌 5명의 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견해를 밝혔다.

박 대표의 신청을 받아든 재판부는 이날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선고기일은 잡아두고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선고를 하지 않고)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면서도 “위헌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보면 정한 날짜에 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로 선고 날짜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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