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국회, 선거법 개정에 응답하라

2017.03.19 21:10 입력 2017.03.19 21:11 수정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8인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 순간 짜릿한 전율과 함께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NGO 발언대]3월 국회, 선거법 개정에 응답하라

그러나 대통령 탄핵 순간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진한 감동의 순간이면서 동시에 손톱만큼의 헌법수호 의지가 없는 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우리의 선거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함을 깨닫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순간이기도 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한 검증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들은 박근혜씨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선거법’ 때문이다. 선거법에는 대통령 탄핵을 통해 확인한 국민주권주의가 없다.

2016년 총선, 유권자들은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동안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정부정책을 옹호하거나 입법발의한 후보자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후보들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활동에 참여한 유권자 22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선거법에서는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고 공직자로서의 적절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위법행위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유권자의 입과 손발을 묶고 손에 쥐여주는 정보만으로 판단하고 투표하라는 선거법이야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만들어낸 주범이다. 그렇기에 탄핵 후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시스템이자 첫 번째 정치개혁 과제는 바로 선거법 개혁이다. 당장 시급하게 해야 할 정치개혁은 정치권이 말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선거법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질문들이 던져져야 한다. 누가 공동체의 시민자격이 있는가? 누가 그것을 정할 수 있는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가? 왜, 누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온라인 세상에 가두려 하는가? 주권자의 정치적 기본권은 어떨 때 제한할 수 있는가? 절반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진정한 국민적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 어떤 국민의 선택은 무시되어도 좋은가? 우리는 주권자의 뜻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무엇인지,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선거법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많은 답이 나와 있다.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연동형 비례 대표제, 결선투표제 도입,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등 다양한 연구와 조사, 국민적 논의를 통해서 훌륭한 해법들이 만들어졌다. 이제 적용만 하면 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를 새로 쓴 국민들에게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3월 선거법 개정으로 응답하라. 3월 국회에서 반드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선거법 개정은 그동안 책임을 방기한 정치권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그래야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국민주권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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