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일몰제와 토지공개념

도시라는 공간을 더불어 살아가는 ‘공유’의 공간이 아닌 ‘돈’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만든 그간의 부동산정책은 ‘건물주’가 이 시대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라는 ‘웃픈’ 현실을 만들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벌써 스물한번째의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었지만 모두가 도시 자체를 투기장이라 생각하니 효과가 있을 리 없어 보인다. 급등한 곳을 규제하면 안 한 곳으로 가면 되고, 비싼 집을 규제하면 싼 집으로 가면 그만이다. 원인은 다른 데 있는데 현상을 규제하려 하니 풍선효과만 도드라지는 형국이다. ‘투기’를 ‘투자’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킨 이상 그 어떤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까.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삶은 일과 수면, 여가의 3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사람도 휴식이 필요하듯 도시도 건물로 뒤덮이지 않은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도시가 균형 잡힌 삶의 기반이 되려면 생산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여유를 위한 오픈스페이스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는 부동산 가격과는 달리 똑같이 소중하다. 그럼에도 유독 도시민의 복지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계획한 공원녹지 조성은 다른 기반시설과는 달리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단연 안전위생과 휴식이라는 공공복지를 외면하는 부동산 ‘투기’ 때문이다. 오로지 건물만이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공공을 위한 공원부지는 방치돼왔고, 이제 7월1일부로 많은 도시공원예정지가 해제된다.

19세기 산업화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일하는 현재의 도시구조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노동환경으로의 전환은 높은 생산성이라는 혁신을 가져왔지만, 함께 폭증한 위생 문제와 전염병 증가는 도시가 오로지 생산효율만으로 평가될 공간이 아님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이후 지친 노동자를 위한 여가공간 확보와 밀집노동으로 인한 위생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안으로 공원이 도입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인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에 무려 3.41㎢(약 103만평) 넓이의 금싸라기 평지가 센트럴파크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유지되는 이유다. 생산과 휴식이라는 균형의 도시역사는 오로지 착취만 있었던 일제강점기 때조차도 기본이었다. 우리나라 도시계획 근간인 조선시가지계획령에서도 공원은 중요한 기반시설이었다. 밀집해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휴식처인 공원부지가 역사상 최고의 공공복지 예산이 투입되는 지금 사라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방기로 도시민에 꼭 필요한 복지공간이 조성되지 못한 채 투기 광풍에 편승할 채비를 마친, 도시공원일몰제 적용의 안타까움은 코로나시대와 겹쳐져 배가된다.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만 하는 지금은 산업화로 새 시대가 열렸던 150년 전쯤의 상황과 묘하게 일치한다. 비대면과 거리 두기가 모든 생활의 기본으로 자리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급속성장기 성냥갑으로 대표되는 ‘투기’도시에서 벗어나,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공공’도시로 전환해야만 한다. 과거 공원이 전염병 확산 차단을 포함한 밀집도시 위생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탄생한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집과 토지를 ‘투기’ 대상이 아닌 ‘공공’의 복지영역으로 옮겨놓을 때이다. 한정된 토지의 공적영역 확대를 위한 적극적 토지공개념은 활발히 논의되어야만 한다. 투기 근절에 더해 거리 두기 도시를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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