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집, 누구냐 넌?

2021.06.15 03:00 입력 2021.06.15 03:03 수정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이 지경이 된 것이 부동산 탓이라는 여당의 생각은 이제 ‘확신’을 넘어 ‘집착’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0일 민주당이 “집값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방안”이라며 발표한 ‘누구나집 5.0’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누구나집 1.0’을 본 적도 없는데, 왜 벌써 ‘5.0’인지 궁금한 점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송영길 대표의 친구가 하던 사업” “1만가구를 누구 코에 붙이나” 등의 논란도 일단 넣어두자. 정말 혁신적인 방법이라면 지금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닌 건 맞다.

송진식 경제부 차장

송진식 경제부 차장

눈을 씻고 찾아봐도 ‘혁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임대 후 분양 방식의 주택공급은 늘 해오던 것이다. 이미 조성된 공공택지를 끌어다 집을 짓는다 하니 땅 문제에서 뭔가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단 하나 차이점은 있는데, “10년 뒤 현재 분양가로 분양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7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집을 살 때 최대 1억1200만원을 낼 경우 10년 뒤 잔금인 5억8800만원을 내고 집을 완전히 소유하는 방식이다. 물론 그 10년간 매달 월세를 내야 한다.

초기 매입 자금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지만 자세히 보면 ‘리스크’가 적잖다. 먼저 최근 집값이 정부가 잇달아 ‘고점’ 경고를 할 정도로 올라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누구나집 5.0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90%로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거품이 낀 현재 집값을 엄연히 반영하게 된다. 10년 뒤 부동산시장이 어찌 될지 예단하기도 어렵다. 10년 전인 2011년은 부동산이 하향세로 접어들 때였다. 당시 늘어나는 미분양을 못 견디고 도산한 건설사도 수십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값이 하락할 경우 결국 정부가 손실보전을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뒤 집값이 많이 오르는 것도 문제가 된다. 결과적으로는 수분양자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이 지속되리라 보는 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당이 뿌린 로또”라는 말이 돈다. 각종 세금과 기금으로 조성되는 공공택지에서 특정 기업이 됐든 개인이 됐든 소수에게 개발이익이 집중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정부에 “(공공)택지 장사를 중단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유다.

민주당은 “앞으로 공급 프로그램을 한 달에 2번 발표하겠다”고 했다. 주택법 등을 보면 주택공급의 ‘주체’는 정부나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같은 주택공급기관이지 국회나 집권당이 아니다. “당정 협의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여당이 이렇게 상투를 쥐고 ‘어디에 몇 가구’식의 공급안을 던지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싶다. 이것을 ‘레임덕’이라 불러야 할지, ‘월권’이라 불러야 할지 고민된다.

공급대책이 발표되고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민주당이 내놓은 공급안이 당장 시장 안정에 효과를 주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부동산특위를 꾸리고,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보유세 감세에 나서고, 누구나집 5.0을 내놓을 동안 집값은 한번도 내린 적이 없다. 부동산 탓을 하며 자꾸만 ‘남의 다리’만 긁고, 설익은 대책을 계속 내놓는다 하니 ‘집착’이 아니면 무엇인가.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