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두려움을 넘어섭니다

2023.12.01 20:16 입력 2023.12.01 20:17 수정

몇주 전, 개신교 주요 교단의 성소수자 차별적 법과 제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 참여했다. 발제자들의 발표를 듣는 동안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들렸다. 꼼꼼하고, 집요하고, 악랄하게 성소수자를 차별하자는 의견을 ‘뜨거운 사명감’에 도취된 신앙의 언어로 기록한 것을 보고 있노라니, 저들과 내가 믿는 신이 과연 같은가 의심이 되었다. 그 의심은 절망에 가깝다. 내가 믿고 따르는 신앙의 언어가 누군가를 혐오해도 된다는 확신으로 활용될 때 나는 절망한다.

물론 그들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해서 성소수자들이 죄에서 돌이키길 원한다고. 나는 그걸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포장된 두려움이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세계가 무너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들이 두려움을 상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삭제’다. 눈앞의 성소수자를 삭제하고, 그 성소수자를 지지하거나 축복한 목회자를 삭제하고, 그런 결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을 삭제하는 것.

한 목회자가 ‘출교’당할 위기에 처했다. 개신교 교단 중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회부되어 2020년 10월에 2년 정직 처분을 받았다.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정직, 면직, 출교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교단 헌법에 의한 결정이다(동성애를 마약·도박과 같은 죄로 간주). 이동환 목사는 “축복은 죄가 아니다”라며 항소했으나 2022년 10월 기각되었다. 재판 내용이나 과정 모두 부당했다. 교단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고, 고발 당사자를 재판위원장으로 배정하는 등 상식을 초월해 이동환 목사를 괴롭혔다.

이게 끝이 아니다. 2023년 감리회 내 경기연회가 이동환 목사 재판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절차상의 문제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물론 교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심사위원회가 재기소해 재판을 부활시켰다. 이번에는 소환 날짜를 틀리게 통보해 무산되었다. 역시 교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또 재판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증인신문 사항을 재판 하루 전에야 이동환 목사 측에 전달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렇게 교단은 재판을 집요하게 부활시켜 11월30일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를 구형했다. 출교는 교단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처분이다. 이동환 목사에 대한 선고는 12월8일에 내려진다.

개신교 한 교단에서 일어난 일을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이 재판이 감리회에서 2015년에 제정한 성소수자 차별 조항(교리와장정 재판법 3조 8항) 적용의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처음은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일이 널리 알려져 신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는 걸 교단이 깨닫고 회심해 이동환 목사의 출교 결정을 내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11월30일에 열린 재판에서 이동환 목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모든 인간적인 혐오를 이긴다는 것을 판결로써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로 최후변론을 마쳤다. 이 글은 그의 최후변론에 대한 응답이다. 아멘.

오수경 자유기고가 <드라마의 말들> 저자

오수경 자유기고가 <드라마의 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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