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

2014.04.07 21:07
신주백 | 연세대 HK 연구교수

작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그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처음 열린 10월의 임시국회에서 “적극적 평화주의가 우리나라(일본)가 추구해야 할 21세기의 간판이다”라고 발언하였다. 2014년 1월 일본 국회에서의 시정연설 때도 적극적 평화주의가 외교와 안보 정책의 ‘기본 사상’이라고 못박았다.

[시론]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

아베 총리가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란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작년 12월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설치하였다. 또 다른 핵심 조치가 집단적 자위권을 정당화하는 보고서 발표이다. 하지만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함에 따라 이달로 예정되었던 보고서 제출은 다음달로 미뤄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고서를 바탕으로 6월경까지 해석헌법을 확정하려던 아베 정권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해 우리 사회는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다. 일본의 주권 문제라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 관련하여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만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정도다. 비록 정식 문서로 일본 정부에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작년 11월에 제시했다는 3대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3대원칙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았고, 그것을 행사할 때 한국의 주권과 관련되면 반드시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원칙 자체는 당연하고 맞는 지적이지만,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적극 내세우며 한반도의 어떤 특정한 상황에 일본군이 개입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단계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로는, 자국민 보호가 하나일 것이고, 다른 하나가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자신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하는 독도에 대한 자위권 행사일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 때의 경험을 보건대 일본 대신 미국이 나서서 요구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본은 “조선의 안녕·행복은 즉 일본의 안녕과 다름없고, 조선이 처해 있는 상태는 일본으로서는 그 존립과 관련하여 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내세우던 때가 있었다. 한국병합의 첫 번째 명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한·일 공동운명론에 이어 일본이 내세운 명분은 ‘지상명령’이라며 ‘동양의 평화를 영원히 확보’하는 일이었다.

우리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청일전쟁 때는 동양평화를 영원히 담보하기 위해, 러일전쟁 때는 조선의 보전(保全)이 극동의 평화에 필요하다는 논리가 천황의 이름으로 발표된 ‘선전(宣戰) 조칙(詔勅)’에 담겨 있었다. 모두 알다시피 두 전쟁은 일본이 조선을 독점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은 침략전쟁을 빼고 일본의 근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전쟁 때마다 일본이 내세웠던 논리가 ‘평화’였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역사의 경험과 논리를 현재의 군사안보정세와 바로 직결시켜 해법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이 동북아 국제관계를 긴장시키는 1차적 요인이라는 점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동북아의 트러블메이커 아베 정권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평화를 적극 내세우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비판적 시선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역사와 현재의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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