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의 자격요건

2014.10.20 21:05 입력 2014.10.21 10:13 수정
문종진 | 명지대 교수·경영학

금융위원회의 전 KB금융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으로 일단락된 KB금융 사태는 한국 금융의 속살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다수의 은행은 예금보험공사나 국민연금이 대주주여서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없다보니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들이 지배구조의 상단을 형성했다. 이들은 내부사정을 모르니 자기 앞에 줄 선 사람 위주로 인사를 실시하니 직원들은 업적보다는 줄서기에 바빠 금융사고가 손가락으로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연이어 발생했다.

[시론]KB금융 회장의 자격요건

최근 KB금융회장추천위원회는 지난주 7명에서 4명으로 압축한 후 22일 최종면접을 통해 3분의 2의 지지를 받는 단일 후보를 선택하고, 29일 이사회에서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3명의 내부인사, 1명의 외부인사 또는 3명의 호남 인사, 1명의 비호남 인사 중 누가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 감독당국의 경우 은행경영 평가등급 산정 시 고위경영진의 경영평가 능력을 다른 재무제표비율보다 중시한다. 300조원에 달하는 자산과 2만6000명에 달하는 인력에 대한 효율적 운영방안이 새로 선임될 회장의 손에 달려 있으니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KB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어려운 금융환경을 잘 헤쳐나갈 전문성은 물론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출신의 2트랙으로 갈라져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조직을 잘 수습할 수 있는 내부사정을 잘 아는 덕망이 있는 인사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방대한 조직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추진력 또한 있어야 하겠다. 회장추천위원회는 해당 기관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능력 있는 인사를 찾되 외압을 일절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사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려도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 뽑은 인사는 임기 중 교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은행의 비중이 80%를 초과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것은 앞으로도 갈등 발생의 소지가 있으므로 당분간 겸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2015년 은행을 둘러싼 금융영업 환경을 보면 만만치 않다. 10년 이래 최저 수준을 보인 1.8%대의 순이자마진이 내수부진과 기준금리 인하조치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페이팔, 카카오페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결제업무 참여로 업종을 허무는 무한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거래 확대로 점포 수요는 줄고 바젤3 유동성 규제 도입으로 유동성이 높고 수익이 낮은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 그 결과 금융기관의 경우 전보다 자산 및 조직 확대가 용이하지 않게 된다. 이 난세를 뚫고 나갈 금융전문 영웅을 원한다.

그러나 11월 말 열리는 회장 선임 주총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라지만 무엇이 급한지 서두르는 모양세가 불안하다. KB금융 사태의 전말은 낙하산 회장 및 행장 간의 내부갈등에서 비롯돼 감독원 중징계 방침에 대한 감사원의 개입, 이 과정에서 지연된 제재심의위원회의 금감원장 방침과 다른 엇박자 결정이다. 그나마 금융위가 중징계 결정으로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한 것은 KB금융의 안정과 금융감독당국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잘한 결정이다. 그동안 이 사건에서 방관·방조적 역할만 담당한 사외이사들이 아무런 책임과 사과도 없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한다고 한다. 과연 이들이 외부압력에 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이들 이사는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은행 측 보고와 지주사 검토 및 조치 요구를 묵살한 당사자들이다.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모양새는 환자가 의사 역할을 자청해 수술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신뢰를 가지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KB금융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이 사태 과정 과정마다 문제로 제기된 부분에 대한 규명 및 조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개선조치도 마련돼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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